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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12월 신기후체제 협상에 내놓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제 확정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일견 6월11일 제시한 4가지 감축 시나리오(14.7%, 19.2%, 25.7%, 31.3%)보다 강화된 목표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의 국제적 책임과 그동안 쌓아온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을 고려하고 에너지 신산업 및 제조업 혁신의 기회로 삼기 위해 목표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5억3500여만tCO2-e 배출) 목표는 지난해 12월 페루 리마에서 채택된 ‘후퇴 금지 원칙’을 겨우 충족하는 것이다. 2009년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5억4300만tCO2-e 배출) 목표를 고작 700여만tCO2-e 줄이는 정도다. 10년 동안 거의 줄이지 않을 것이며 2020년 감축 약속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게다가 37% 감축 목표마저 배출권이라는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국외 감축분 11.3%포인트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감축분의 거의 3분의 1을, 남의 나라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확보한 배출권을 돈주고 사는 것으로 메우겠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국내 감축 목표를 25.7%로 잡으면 사실상 기존 제3안을 채택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시나리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_경향DB



산업 부문의 감축률을 12%로 낮춘 것도 정부의 감축 의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는 산업계가 14.7%를 줄이는 1안조차 부담스럽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전체적인 감축률은 상향 조정하는 대신 산업 부문 감축률은 대폭 낮췄다.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 부문이 채우지 못한 감축 부담은 결국 국민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이나 수송·건물 등에서 추가적 감축 여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온실가스 포집 및 저장 기술 등 신기술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위험하고 비싼 감축 수단이 기후변화 대책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국이다. 누적배출량에서도 16위를 차지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이다.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이자 녹색기후기금 유치국이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의장 도전국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에 이렇게 소극적인 대응을 한다면 기후 의제를 주도하는 국가의 위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산업계와 정부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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