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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전 세계는 핵발전소를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그 중심에 태양광발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흐름과는 달리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여전히 핵발전 중심이며, 재생에너지가 설 자리는 별로 없다. 특히 정부의 에너지정책 실패로 태양광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발전사업자들은 태양광 가격폭락의 직격탄을 맞고 고사위기에 처하게 됐다. 태양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에너지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올 상반기 태양광 입찰 결과 경쟁률이 무려 10 대 1에 달했다. 평균 낙찰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37%나 폭락했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 구매물량 16만㎾의 10배가 넘는 163만㎾나 되는 발전량이 적체물량으로 남게 돼 향후 입찰시장 및 현물시장에서 태양광 가격의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에서 태양광산업, 특히 100㎾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산업은 기반 자체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태양광산업이 겪는 이 같은 위기는 전 세계적 흐름과는 정반대여서 더욱 안타깝다. 세계 태양광 시장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3년 이후 태양광 누적설비량은 매년 50% 가까이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 한 해에 설치된 신규 용량만 4500만㎾이다. 이는 설비 용량만 비교하면 원자력발전소 45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2030년이면 전체 발전설비의 50%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다. 그 가운데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1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흐름과 달리 한국에서 태양광발전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그간 시행해오던 고정가격매입제도(FIT)를 폐지하고, 2011년 하반기에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RPS)를 도입했다. 이후 3년 반 동안 태양광 입찰가격이 무려 68%나 폭락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이용 및 보급을 촉진하겠다고 도입한 제도인데 오히려 태양광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몬 셈이다.

RPS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매년 전체 구매 물량을 정해 놓고 대규모 발전사업자와 소규모 발전사업자를 무한 경쟁시키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 태양광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발전사업자들이 판로에 대한 걱정없이 발전소 추가설치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여전히 태양광 사업수익이 5~6% 보장된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급(1000㎾ 이상)으로 시공하고 있는 대규모 태양광 때문이며, 소규모 태양광 발전은 적자를 피할 수 없다. 현재의 RPS는 재생에너지 육성 취지와는 상반되게 대기업과 대규모 사업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이다.

결국 RPS는 완전히 실패했다. 태양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RPS를 폐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100㎾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에 대해 즉시 FIT를 부활시켜야 한다. 그리고 소규모 태양광으로 생산한 물량은 정부가 책임지고 100% 구매해야만 한다.

전북 임실군 임실읍 중금마을. 에너지자립마을 표방하는 이 마을의 가구중 절반 정도가 지붕위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출처 : 경향DB)


또한 FIT 재도입에 따른 비용은 기존의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에 직접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금으로 운영하게 되면 지원규모를 한정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육성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태양광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구매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지자체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안정된 가격으로 구매해 공공영역에서 사용하도록 하게 되면 일종의 ‘녹색 가격제’(Green Pricing) 효과를 만들게 되고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승국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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