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된 지난해 8월 부산교도소에서 두 명의 수형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망자 중 한 사람은 평소 당뇨, 고혈압 등의 지병이 있는 거구의 비만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뇌전증, 당뇨 등 지병을 가진 3급 장애인으로, 두 사람 모두 소란 등 징벌사유 혐의가 있는 수형자를 조사기간 동안 수용하는 장소인 조사거실에 수용 중 사망하였다. 국과수는 전자의 사인은 열사병, 후자의 사인은 열사병 또는 할리페리돌 복용과 관련된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이 증후군도 무더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으로 추정하였다.

조사거실은 다른 수용실보다 더 덥고 선풍기도 없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으며 3명이 함께 수용되어 1인당 수용면적이 1.72㎡에 불과하여 수용시설기준에 훨씬 미달하고 일반 수용실보다 좁은 과밀수용이어서 수용환경이 몹시 열악한 상태였다. 이에 유족들은 국가의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교도소 측은 수형자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했고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며 책임을 부정하였다. 법무부 자체 조사결과 역시 교도소 측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교도소 측의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교도소장에 대한 징계, 조사거실 환경 개선, 지병이 있는 수용자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의료조치 마련 등을 권고하였지만 전혀 듣지 않았고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법원은 조사거실 현장검증, 조사거실을 촬영한 CCTV 검증, 교도관, 의무관, 동료 수형자들에 대한 증인신문 등 심리를 거쳐 지난달 23일 원고들에 대한 일부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법원은 수형자의 기본권 제한은 수형자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한 후 교도소 측이 환자인 망인들을 환경이 열악한 조사거실에 수용하기 전에 대면진단 등 신중을 기하지 않은 점, 망인들이 수용된 기간 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현기증을 일으키는 등 매우 힘들어하는 모습을 직접 또는 CCTV를 통해 관찰하였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조사거실의 환경을 당장 개선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혹서기 수용을 피하거나 연기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실제 교도관, 의무관 등 공무원들은 증인신문 시 ‘여름에 덥고 힘들어하는 거야 당연하지 않느냐’ ‘법령이나 지침대로 했다’ ‘우리가 달리 뭘 할 수 있겠느냐’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망인들에 대해 특별히 악의가 있다거나 그들이 악인이라서가 아니라 관행에 젖은 무감각, 무관심, 무지가 초래한 비극이었다.

다행히 법원은 국가의 변명을 배척하고 수형자 처우에 대한 국가의 엄중한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사망에 대한 위자료로 망인들 본인 5000만원, 모친 500만원, 형제 200만원밖에 인정되지 않았는데, 재판실무상 특별히 낮게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법원의 위자료 인정기준이 지나치게 낮은 점은 너무 아쉽고 개선이 요구된다.

그리고 국가는 이번 판결에 대하여 항소할 것이 아니라 열악한 수형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 수형자의 인권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수용해 놓고 더위로 죽게 만든다면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말대로 국가가 매번 항소하면 세상이 언제 바뀌겠는가!

<류제성 | 변호사·법무법인 진심>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