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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종교인 과세법 시행령이 예고되었다. 그 과정에서 파란이 많았고 비판도 많이 일고 있다. 이런 일을 예견하고 기독교계는 1~2년 시행유예를 주장했다. 처음 시행되는 법이기 때문에 충분한 소통과 준비를 하자는 취지였다. 언론은 찬반 논리로 몰고 갔다.

그러나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기독교계는 조세평등원칙과 국민개세주의라는 시대 흐름을 대부분 찬성하고 환영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다만 졸속시행으로 인해 종교의 존엄성과 가치가 훼손당할까 하는 우려를 표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9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과 종교인 과세 관련 면담을 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필자를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갑근세를 원천징수하여 세금을 자진 납부해 왔다. 그런데 지난 9월에 정부가 내놓은 세부 과세 기준안은 ‘종교인 과세’보다 ‘종교과세’의 성향이 농후했다. 그래서 종교계의 반발로 종교인 과세의 원칙과 법정신에 맞는 수정 시행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문제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는 종교단체의 장부조사 문제다. 수익단체가 아닌 비영리 종교단체의 장부조사는 종교 활동을 제한하고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런 지적 때문에 정부는 구분 기장으로 선회하게 됐다.

두 번째는 종교 활동비 문제다. 종교 활동비가 종교인의 개인수입이라면 당연히 과세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종교 활동을 위한 일종의 사역비요, 선교비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목회자가 개인적으로 유용할 것에 대한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부 목회자의 일탈을 보편화한 시각으로, 교회와 목회자 전체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 표현이다. 대부분의 중대형교회 내에 건강한 여과장치가 있음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쟁점은 목회자의 양심과 교회의 건강성을 신뢰할 것인가, 아니면 제도를 통한 국가권력의 합법적 종교 길들이기를 허용할 것인가이다. 여름에 나무 잎사귀 몇 개가 떨어진다고 나무 전체가 병들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대다수의 나뭇잎이 건재한 이상은 나무뿌리와 줄기가 건강하다고 할 것이다.

세 번째 근로장려세제 문제다. 분명히 정부 입장에서는 적은 세금을 거둬들여서 더 많은 저소득층 종교인들에게 근로장려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저소득층 종교인이라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겠는가. 종교인과 국민을 편가르는 프레임 형성은 결코 옳지 않다고 본다.

종교인 과세 시행령 개정안이 나오자 일부에서는 정부가 종교인의 요구를 너무 많이 들어주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애당초 수정 전 시행법안의 허점을 확실하게 인식했어야 했다. 시행안은 종교 과세 방향의 원칙에서가 아니라 종교인소득과세의 원칙에서 만들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종교인 과세의 법정신과 원칙을 정부에 전달하고 설득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또한 종교계에 종교인 과세에 대해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이자고 설득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비판적인 시각과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차제에 재정의 투명함을 더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회발전을 위한 종교의 순기능과 종교의 가치 및 존재를 이 시대와 사회가 인정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소강석 |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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