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와 교육을 받으며 건강한 인격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아동들이 당연한 권리와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5~17세 아동 1억6800만명이 노동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륙별로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아동노동 인구 비율이 높은데, 전체 아동 인구의 9.3%에 해당하는 약 7800만명의 아동들이 노동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낸다.

이 중 방글라데시에서는 5~9세 아동의 63%, 10~14세 아동의 56%, 15~17세 아동의 57%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다.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비교적 이른 나이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성인에 비해 법적인 보호가 취약한 경우가 많아 다양한 폭력 상황에 노출될 위험도 높다.

아동노동은 가정의 경제적인 원인에서 시작해 노동으로 인해 박탈되는 교육의 기회,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아동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의 문제, 폭력 및 방임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는 고용주 및 지방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아동노동 이슈를 더 이상 문제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니 아동노동 반대와 관련해 단기 프로젝트로는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가 무리이다. 원인을 제공하는 세부 문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킨 뒤 긴밀한 협력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해결책을 강구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아동들을 모두 정규 학교에 편입시키는 것도 무리가 따르는 상황이다. 학교에 들어갈 시기를 놓치거나 경제적인 환경이 허락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랜 노동으로 배움에 대한 흥미를 잃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10여년간 아동노동 문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아동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워킹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당장의 노동 중단이 어려운 아동들이 적절한 노동과 함께 교육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업을 병행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아동들이 노동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모든 NGO들의 최대 목표이다. 그러나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모든 아동들의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해당 국가의 사회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수행해왔던 개입 외에 대안적인 접근 방식에 대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문제 및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고자 한다. 때론 멀게만 보이나 그래도 우리 어린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면서 말이다.

천성규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팀장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