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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자 지면기사-

한류의 역사는 20년 정도다. 한류는 우리가 예상치 못할 정도로 큰 물결이 되었으나, 짧은 역사 속에서 한류를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은 늘 불안하고 초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반한감정이 고조될 때면 한류 위기설이 불거졌고, 정부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만들고 대책을 발표해왔다. 그러나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같은 낭보가 들려오면 우리는 또다시 들떠 한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을 쏟아내왔다. 이처럼 한류의 낭보와 비보에 일희일비하는 일이 왜 계속될까. 한류가 체계적인 시스템과 정책하에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 아닐까.

지난 20년 한류가 성장하는 동안 발생한 대내외적 문제점은 너무도 자명했다. 일본과 중국 내의 반한감정, 콘텐츠의 획일성, 빈곤한 콘텐츠 수익성, 제작을 둘러싼 열악한 조건, 콘텐츠 기업 간 또는 기업과 종사자 간에 이뤄진 부당한 계약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정책 당국이나 콘텐츠 제작사, 관련 기업들은 이 같은 문제들에 안이하게 대처했다.

한류가 성공적으로 나아가려면 기존의 문제점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첫째, 정치·역사적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일본과 중국의 ‘한한령 리스크’에는 항시 대비해야 한다. 모든 계획을 세울 때는 두 국가에서 반한감정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반한감정에도 불구하고 두 국가가 한류 콘텐츠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이 때문에 한류 콘텐츠 업계에서는 “반한감정이 고조되면 당장 수익률이 낮아지긴 하지만 수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한류는 점진적으로 다시 회복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반한류에 대한 대책으로 매번 제시되는 ‘문화교류 강화’ ‘신시장 개척’ 등은 좋은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근본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한류 콘텐츠에 대한 필요성은 물론 한류가 양국에 어떤 방식과 유통경로로 판매되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러한 실태 파악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비즈니스 관계 강화를 도울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한류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려면 분산된 자원을 한류 유망 국가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한류 신시장 개척을 위해 매년 브라질, 중동, 동남아 등 대상 국가와 지역을 바꿔가며 콘텐츠 마켓 등의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일본과 중국에 필적할 만한 대체 시장이 될 곳을 정밀하게 검토해 선정하고, 한류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때까지 지원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한류 신시장 개척이 가능하다.

셋째, 한류 해외팬들과의 관계 강화가  중요하다. 해외에서 한류가 자생력을 가지려면 각 국가의 한류팬들이 상시적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팬들 간에 활발한 문화공유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국가 안에 분산된 해외문화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관광공사의 해외지사, 해외 세종학당 등 접점이 되는 공간들의 통합이 필요하다. 물론 이에 따른 예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된다면 한류 공연 및 교육행사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고 문화교류 장소로서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한국 수출기업들이 참여해 힘을 보탠다면 한국의 우수 제품을 체험하는 ‘복합전시장’ 기능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한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의 문제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도 이뤘다. 2018년은 실질적인 정책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류가 세계 속에서 만개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박성현 | 고려대 한류융복합연구소 겸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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