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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밤바다를 바라본다. 별을 품고 있는 바다 위로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인간의 본질이란 언제나 의미 있는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의미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소비하는 많은 것들은 곧 오래되고, 낡고, 쓰임이 다해 생명력을 잃는다. 그렇게 생명을 잃은 것들이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바다로 흘러들어온다. 그 양이 한반도 연안만 해도 연간 16만톤에 이른다.

연안뿐만이 아니다. 육지로부터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대양에서도 해양쓰레기가 모여 거대한 섬을 이루는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태평양 북동부에서는 한반도 크기의 7배에 달하는 해양쓰레기 섬이 존재하며, 쓰레기양은 약 1억톤에 이른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간 쓰레기들은 해양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수산자원을 감소시켜 어업환경을 파괴한다. 또한 오염된 수산물이 식탁에 올라갈 가능성을 높여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해양환경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차원을 넘어 해양으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질 물건에 ‘이름’을 불러주어 ‘꽃’으로 만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쓰레기가 될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인간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제품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버려진 재료를 모아 만든 업사이클링 가구 (출처 : 경향DB)


업사이클링은 해양오염을 비롯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우선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의 감소를 통해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관련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일례로 스위스의 한 업사이클링 전문회사는 세계에 350개 매장을 두고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미국의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한 해 1250만달러(약 140억원) 정도이다. 이러한 환경을 발판으로 관련 산업을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업모델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의 생태적 가치는 육지의 두 배인 22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한 광물자원, 석유·가스자원과 에너지자원을 가지고 있다. 세계는 이러한 바다를 보호하고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또한 2012년 여수국제박람회의 정신을 계승해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시점이다. 낡고 버려질 것들에 ‘이름’을 붙여주자. 해양쓰레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의미 있는’ 무엇으로 만들어 보자. 시민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약간의 수고로움만으로도 해양환경은 인간에게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다. 여수 밤바다, 저 아름다운 바다가 품고 있는 것이 쓰레기가 아닌 우리의 꿈과 미래이길 기대해 본다.


신평식 | 여수박람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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