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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여야 3당은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국회 개헌특위를 운영키로 합의했다. 위원은 새누리당 8명, 민주당 7명, 국민의당 2명,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1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맡기로 했다.

탄핵 시국에서 개헌 추진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고 개헌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개헌 논의를 국회에만 맡겨둬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같은 당 안에서도 생각의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개헌안 마련을 의석수에 비례한 국회 특위에 맡길 경우 과연 가능할까. 국회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획정조차 입장 차이로 법정시한을 넘겨 처리했다. 선거구를 넘어서서 권력구조 변동을 다룰 수밖에 없는 헌법개정안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대안으로 헌법개정 시민의회를 제안한다. 아일랜드는 2012년 12월 헌법 8개 조항을 검토하기 위한 ‘헌법회의’를 1년4개월 동안 운영한 바 있다. 헌법회의는 의원 33명과 성, 연령, 지역을 감안해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 66명, 임명직 의장 1명 등 100명으로 구성됐다. 헌법회의는 전문가 집단과 8주간 회합 뒤 각 참가자들의 의견 개진, 지역별 회합,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된 총회, 건의 내용 제시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온타리오주도 선거법 개정을 위해 전원 추첨으로 구성한 시민총회를 1년여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우리의 헌법개정 시민의회는 국회가 운영주체가 되며 성, 연령, 지역을 감안한 추첨을 통해 뽑힌 시민으로 구성한다. 국회 의석이 있는 정당은 자체 헌법개정안을 준비해 시민의회에 제출하고, 시민사회도 일정수 이상의 국민 서명을 받아 개정안을 청원할 수 있다. 개정안을 제출 또는 청원한 정당 및 시민대표들은 시민의회에 출석해 당위성을 설명한다. 시민의회는 헌법 및 각 분야 전문가 의견을 경청한다. 인터넷 홈페이지, 각 시민의원들 등을 통해 국민 여론도 수렴한다. 최소 6개월 운영 후 시민의회가 최종 개정안을 마련하면 국회 본회의에 바로 상정해 수정 없이 찬반 투표로 처리하거나, 국회 헌법개정특위 차원에서 논의해 본회의에 상정하면 된다. 후자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상정된 안에 거부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민의회 결정을 전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국민투표에 부친다.

촛불로 표출된 우리 시민들의 시민혁명에 경외감을 쏟아내면서도 헌법개정은 국회에서 정당들끼리 알아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이다. 그럴 경우 촛불이 대통령을 넘어서 국회, 정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말로만 깨어 있는 시민을 찬양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의 정신에도 부합하는 헌법개정 시민의회를 제도화할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다.

이지문 | 연세대 SSK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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