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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후기금(GCF)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변화 특화기금으로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이라고 불린다. 선진국에 재원 조성 의무를 부여하고 2020년까지 100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무국은 인천 송도에 있다.

GCF 유치국 정상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유엔기후정상회의 ‘기후재정’ 분야 소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아시아 최초로 (한국이)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CF에 최대 1억달러의 자금을 내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국내용 환경 정책은 따로 있다. 이달 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으로 예정됐던 저탄소차협력금제(자동차 탄소세)에 대해 “산업계의 부담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다”며 2020년 말로 다시 한번 미뤘다.

배출권 거래제는 내년 초 시행하기로 했지만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늘려줘 사실상 빈껍데기로 만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이행량을 채우기 위해 발전소 온폐수를 신재생에너지에 끼워넣는 ‘꼼수’를 부렸다가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배출권거래제의 기본 개념 (출처 : 경향DB)


공무원들도 민망해하는 눈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유엔기후정상회의 발언 내용은 기후 연구·개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수준의 말이었고, 저탄소차협력금을 유예한 것은 산업부와 환경부 등 전 부처가 머리를 맞댄 결과이니 또 다른 고려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맡은 것은 나라의 경사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용과 국외용 환경정책이 따로 존재할 수는 없다.

당장은 국내 기업과 외국 정상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안팎의 신뢰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재덕 경제부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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