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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를 보면 2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2012년 고리 1호기 정전 사고 은폐 의혹·부품비리 직후 잠시나마 투명하고 공개적인 원전 운영을 위한 노력이 엿보였지만 다시 비판 여론에 대해 ‘변명’과 ‘말바꾸기’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원전 비리 전력자가 품질서류 재검증 업무 맡아’ 기사를 보도했다. 원자력발전소 비리 전력자 4명이 한수원 납품업체의 품질서류 재검증 업무를 맡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한 직원은 과거 서류를 위조했다가 적발된 바 있지만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관련기사가 보도된 날 한수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비리 전력자들이 업무에 투입된 적 없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군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한수원은 해당 기사가 보도되기 전만 하더라도 잘못을 인정하는 입장이었지만 보도 후 산업부의 지시에 따라 해명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굳은 표정 짓는 조석 한수원 사장 (출처 : 경향DB)


지난 25일 보도된 ‘한수원 직원들, 원전 내 컴퓨터망 ID·비밀번호 용역업체에 알려줘’ 기사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관련내용을 보도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수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 뒤 산업부 조사가 실시됐고, 규정 위반자는 문책하기로 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전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과학적 지식에 기초하지 않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 오해는 ‘그들만의 리그’에 익숙한 원전업계가 만든 측면이 크다.

신뢰받는 원전 운영은 국내 모든 원전을 관리하는 한수원과 산업부의 기본 책무다. 조직문화 개선은 DNA를 바꾸는 것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수원의 DNA가 진화할지, 구태에 머물지 지켜볼 일이다.


유희곤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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