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포스코는 환경경영에서 첨단을 달린다. 철강 생산을 위한 에너지 사용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한다. 부산물도 98% 이상 자원화하여 재활용한다. 포스코정암재단에서는 얼마 전까지 환경운동가의 재충전을 지원하는 일도 했다. 이러한 경영을 통해 포스코는 필자를 포함해서 많은 시민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포스코의 환경경영 방침은 이 기업이 얼마나 환경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지 보여준다. 특히 “청정 생산공정 도입과 최적방지기술 적용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문장이 있다. 이런 지침에 따르는 포스코에서 재작년부터 마그네슘 생산을 시작했다. 강릉시 옥계면에 있는 공장에서는 강원도에서 나오는 돌로마이트를 태우고 환원하여 금속 마그네슘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공정이 친환경적 청정 생산기술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생산과정에서 아주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마그네슘 1㎏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30㎏ 이상 나온다. 강철 생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1㎏당 2㎏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두 번째 문제는 돌로마이트를 태우고 환원하는 데 필요한 석탄가공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페놀 같은 방향족 화합물이 다량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물질들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회수하여 재활용함으로써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 공장 밖으로 아주 많은 페놀이 흘러나와 주변 토양을 오염시켰고, 마을 주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마그네슘의 최대 생산국은 중국이다. 소비량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곳에서는 돌로마이트 같은 원광을 태우고 환원해서 마그네슘을 만든다. 중국에서 대체로 그렇듯이 생산공장들은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크게 유념하지 않는다. 생산 장비도 이런 물질을 세심하게 분리하거나 회수하도록 제조되지 않았을 것이다.

포스코의 산업현장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광양제철소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포스코 마그네슘 공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중국산이다. “국내에 마그네슘 제련 설비가 없어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부실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주변 마을에 페놀 오염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포스코가 왜 부실한 기술을 들여와서 마그네슘을 생산하게 되었나’이다. 우리 사회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서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도달한 때는 1990년대이다. 그 후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다음부터는 4대강 사업 같은 큰 이슈 정도만 주목을 받았다. 현 정권에서는 너무 큰 일들이 지속적으로 터지는 탓에 관심을 보일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도 사회적 무관심에 일조하는 것 같다. 근절되어야 할 것으로 꼽은 폭력 중심의 4대 사회악에는 어디에도 환경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환경에 가하는 폭력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폭력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이 전혀 없기에 그럴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렇다 해도 포스코에서 유발한 강릉 옥계면의 페놀 오염사태와 포스코의 대응,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은 너무 어처구니없다.

마그네슘 제조공법은 중국과 미국에서 사용하는 2가지가 있다.미국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유해물질을 훨씬 적게 내놓는다.포스코는 중국 기술로 돌로마이트를 이용해서 제조하는 것이 더 값싸기 때문에 이 기술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페놀 오염이라는 환경에 가한 폭력으로 치러야 할 대가를 고려하면 이런 기술을 이용한 마그네슘 생산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 기술은 포스코의 환경경영 철학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포스코의 이미지만 훼손할 뿐이다.


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