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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이 세월호 참사를 닮아가고 있다.

당·정·청이 서로 떠넘기는 대혼란 속에서 ‘컨트롤타워’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연금개혁 ‘진원지’인 청와대의 주체도 애매하다.

직제상으로는 조윤선 정무수석이 담당자이지만 관련 전문성이 없어 논의를 주도하기 어렵다. 연금개혁의 실질적 ‘기획자’인 안종범 경제수석은 한발을 빼고 있다. 지난 1일 담뱃값 인상과 경제활성화 법안 관련 브리핑을 실시했지만 연금개혁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지난 한 달 내내 당과 정부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놓고 ‘핑퐁 게임’을 벌이는 동안 청와대는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

공노총, 청와대 인근서 '연금개혁 규탄' 1인 시위 시작 (출처 : 경향DB)



당의 입장은 중구난방이다. 당초 청와대는 정부에 개혁을 맡기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판단하에 당이 책임지길 원했다. 당은 지난 4월 경제개혁특위 연금개혁분과를 구성해 개혁안을 준비해왔다. 문제는 이 같은 절차가 당 지도부 ‘승인’ 없이 일부 친박 그룹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그 결과 당 특위가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려고 하자 지도부는 오히려 반대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과 정부가 발표 주체를 놓고 눈치보기를 하다가 결국 지난달 22일 연금학회가 ‘대리’ 발표를 했지만, 당시 당 주요 인사들은 ‘그게 당의 안이다’ ‘학회안일 뿐이다’라며 서로 딴소리를 했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당·정·청 회의에서 갑자기 개혁안 준비 주체를 안전행정부로 넘겨버렸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돌고돌아 결국 관료 조직에 다시 맡겨졌다. 지난달까지 관료들을 못 믿어 개혁안을 주도해왔던 당이 이제 정부안을 기다리는 꼴이다. 안행부 관료들이 시간을 끌면서 누더기 ‘개악안’을 만들 것이란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일 “그동안 혼선이 있었는데 가닥을 잡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당이 주도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인가. 공무원연금 개혁은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좌초’하고 있지만, 아직도 누가 진짜 ‘선장’인지 모른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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