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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노조 조합원 8663명을 직위해제한 코레일의 조치는 모두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평조합원은 물론 노조 간부 120여명에 대한 직위해제도 잘못이라고 했다. 철도노조가 제기한 부당 직위해제 구제신청을 중노위가 받아들인 것이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12월 철도 민영화 반대 등을 내걸고 사상 최장기간(23일간) 파업을 벌였고, 코레일은 철도 역사상 최다 인원을 직위해제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했다. 당시 대규모 직위해제를 두고, 파업 참여 조합원을 압박해 업무에 복귀시키려는 무리한 조치라는 비판이 많았다. 중노위 판정은 노동자의 파업권에 맞서 사측이 부당하게 인사권을 남용하는 악습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판정은 예견된 결과다. 법원은 2009년 철도파업 당시 코레일이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이유로 980명을 직위해제한 후 노조가 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서울행정법원은 “직무수행능력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없으며, 파업 참여를 막고 업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직위해제 처분이어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코레일은 그럼에도 지난해 철도파업이 시작되자마자 또다시 인사규정의 ‘업무수행능력 부족’을 빌미로 무더기 직위해제를 강행했다. 파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노조 간부 등 400여명을 중징계하고, 1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보복조치를 계속해왔다. 사측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처” 운운했지만, 정작 스스로는 대법원 판례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무법적 행태를 일삼았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코레일 사측이 ‘철도 한마당 결의대회’를 여는 한편(왼쪽),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관제집회’라며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중노위 판정은 파업이라면 무조건 백안시하는 박근혜 정부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 모임으로 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지만, 노동권 보장 수준은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지난 5월 발표한 ‘세계노동권리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39개국 가운데 최하위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됐다. 5등급은 ‘노동권이 지켜질 것이란 보장이 없는 나라’를 가리킨다. 노동법은 있지만 노동자들이 그 혜택은 받지 못한다는 뜻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ITUC는 5등급을 부여한 이유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교직원노조 법외노조화와 함께 철도파업 노조원 대량 해고 및 손배 소송을 적시했다.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인정함으로써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노·정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기업 또한 노조를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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