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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병권 전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고 한다. 서울남부지법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피의자들의 주거, 생활환경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영장 기각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영장을 신청·청구한 경찰과 검찰은 정치적 의도로 과잉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통렬하게 자성해야 마땅하다.

검경은 구속수사가 필요한 사유로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들었으나 완패했다. 애초부터 법조계에서는 구속수사가 무리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우선 사안의 중대성 측면에서 검경은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조차 무시하고 자의적 판단을 내렸다. 대검찰청 내규는 일반상해의 경우 ‘전치 8주 이상 미합의’, 이번 사건 같은 공동상해는 ‘전치 6주 이상 미합의’일 때 구속영장을 청구토록 하고 있다. 이 사건 피해자인 대리기사와 행인들은 전치 2~4주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실제로 경찰이 2012년 처리한 폭행사건 17만여건을 살펴보면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비율이 0.0022%에 그쳤다. 그나마 이 중 3분의 1이 보복범죄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폭행치사나 존속폭행 등이다. 검경은 또 유족들이 폐쇄회로(CC)TV에 나오는 장면까지 부인하는 만큼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기다림의 버스’ 참가자들과 문인들이 3일 저녁 진도 팽목항에 모여 노란 리본 모양의 불빛이 밝혀진 등대 앞에서 세월호 실종자 10명의 귀환을 기원하는 문화제를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누구든 타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법 집행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는 누가 봐도 이례적이고 지나친 처사였다. 검경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 “싸움을 말리는 선량한 시민” 등으로 묘사하며 세월호 유가족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순수 유가족”을 거론하며 세월호 가족을 압박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두고 여권과 대립해온 유가족에게 검경이 총대를 메고 ‘괘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사회 일각에서 폭행사건을 빌미로 세월호 가족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처럼 매도하는 것 또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잘못은 잘못대로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면 된다. 일부의 실수가 있었다 하여 세월호 가족이 약자이자 피해자라는 명제가 바뀔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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