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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다수당으로서 법안을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그 이유가 ‘위헌적인’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는 것이다. 판·검사 출신들이 즐비한 ‘율사당’에서 이런 주장은 ‘난센스’다.
현 원내지도부가 심심하면 ‘만악의 근원’처럼 지목한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말한다. 새누리당이 눈엣가시로 삼는 조항은 쟁점법안의 신속처리를 위해서는 관련 상임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국회법 제85조의 2다. 이 조항이 다수결 표결을 규정한 헌법 49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 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에 명시된 ‘5분의 3’ 조항은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로 위헌이 아닌 것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선진화법 이대로 좋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새누리당이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당시 황우여 원내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주도했고, 박근혜 의원 등 다수의 친박 의원이 찬성했다. 자신들이 만든 입법으로 인해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자가당착이다.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수사권을 가진 진상조사위는 민간수사기구 창설이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기존 실시한 특검들과 지난 6월 발효된 상설특검법에서도 민간인 특별검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반대할 수 있지만, 위헌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158명을 거느린 ‘육식 공룡’ 정당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단독처리를 하지 못해 ‘식물정당화’된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직접 위임을 받은 국회 다수당이 억지 ‘위헌’ 논리로 사법부에 기대려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력 부족을 은폐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강병한 정치부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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