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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시국선언과 조퇴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이모 교사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피의자들의 주거 및 직업관계 등에 비춰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합리적 판단으로 본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자 바로 다음날 김 위원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재범 가능성,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구속 필요 사유로 제시했다. 사안의 중대성은 차치하고라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근거로 든 것은 어이가 없다. 전교조는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해 인멸할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핵심 집행부도 아닌 이 교사는 현직 중학교 교사로, 단 하루만 무단결근해도 문제될 처지다. 검찰은 이 교사에 대한 영장 청구서에서 ‘외국에 서버를 둔 특정 메일을 사용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다. ‘특정 메일’은 전 세계인이 쓰는 구글의 지메일이다. 이렇게 궁색한 근거까지 들이대며 영장을 청구한 것은 ‘괘씸죄’ 적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교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게시판에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 퇴진에 나서는 교사 선언’이란 글을 실명으로 올린 바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는 시국선언으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이영주 부위원장, 이민숙 선생님이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전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출처 : 경향DB)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래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계속해왔다. 국제적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법외노조화를 강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학교에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들을 직권면직하겠다고 나섰다. 검찰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보려다 망신살을 자초한 셈이다. 그나마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불의의 참사로 학생을 잃은 교사가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구속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전해지며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을 터이다.

교사의 노조활동 자유 보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조건이었다. 한국은 1999년 전교조 합법화와 2004년 공무원노조법 제정 이후에야 특별노동감시국에서 벗어났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박근혜 정부가 역주행을 거듭하는 것은 정권에 비판적인 전교조를 ‘불순세력’으로 몰아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려는 통치전략의 일환일 법하다. 하지만 무리한 ‘전교조 죽이기’는 역풍을 부르고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정부는 전교조 배제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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