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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kimhoki@yonsei.ac.kr

 

올 프로야구 열기가 남다르다. 여러 요인이 있는 듯하다.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등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도 관심이거니와 선동열, 김기태, 김진욱 신임 감독들의 리더십도 화제다. 이 가운데 유독 내 시선을 끈 것은 넥센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의 리더십이다. 만년 하위팀인 넥센을 선두권에 진입시킴으로써 김 감독 리더십이 프로야구 안과 밖으로부터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프로야구는 특히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투수 교체, 타순 조정, 작전 구사 등 감독의 전략·전술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장 안에서의 리더십만 중요한 게 아니다. 원정 경기의 경우 프로야구는 장기간 감독과 선수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경기장 밖에서의 감독 리더십은 선수단 전체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시진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김 감독의 이른바 ‘어머니 리더십’은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리더십으로 꼽히기도 했다. 어머니 리더십은 다그치지 않고 선수 각자에게 고른 기회를 부여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도력을 뜻한다.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김 감독은 어머니 같은 자상함과 공정함으로 선수단을 통솔해 왔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김 감독 리더십에 담긴 자발성과 공정성이다.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소통을 통해 자발성을 이끌어내고, 특정 선수를 편애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줌으로써 실력을 극대화하는 게 김 감독 리더십의 특징을 이룬다. 리더십이 올바로 발휘되기 위해선 리더십과 짝을 이루는 팔로십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리더의 결정에 동의하고 따르게 될 때 그 조직이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은 분명하다.

 

여야 대선주자들과 지도부의 모습 ㅣ 출처:경향DB

프로야구 이야기가 길어졌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정치사회의 리더십이다. 대선의 해를 맞이한 올해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신뢰와 원칙의 리더십으로,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소통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목요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통합의 리더십을, 어제 선언한 문재인 민주당 고문은 참여의 리더십을, 조만간 선언할 김두관 지사는 뚝심의 리더십을 상징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과연 어떤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되는가에 있다. 그 리더십의 조건으로 나는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리더십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구축이 가장 중차대한 과제라면, 이 시대정신을 올바로 인식하고 추구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둘째는 책임윤리의 리더십이다. 정치는 막스 베버가 강조하듯 선택이라기보다 소명이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선 선과 악의 이분법에 기반을 둔 신념윤리를 넘어선 정책의 결과를 적극 감당하려는 책임윤리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셋째는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다. 오늘날 세계화와 정보사회의 진전은 비가역적이며, 이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강화시킨다. 민주주의의 기초가 개인의 자율과 책임에서 시작하는 한, 권위주의·국가주의에 맞설 자유주의·개인주의의 성숙을 위한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은 더없이 중요하다.

‘어머니 리더십’ 김시진 감독의 장점은 집권에서 분권으로, 권위주의에서 자유주의로의 시대적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비정치 분야에선 이렇게 새로운 리더십이 각광받는데, 정작 정치·사회의 리더십은 여전히 빈곤하다. 정치적 리더십에 관한 국민 다수의 바람은 간단하다. 독선이 아니라 공감, 갈등이 아니라 통합,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적 이익, 그리고 임의적 해결이 아닌 제도적 처방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선 비전과 정책 경쟁 못지않게 리더십 대결이 치열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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