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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선거결과가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정치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긴 느낌이다. 실제가 주는 무게감은 머릿속의 상상과는 확실히 다르다.

무엇보다 추미애 대표체제가 출범하면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0 한국정치에 일단 하나의 상수가 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후보로서의 지위가 굳어진 것이다. 2017년 치러질 대선은 87년헌법으로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치러진 어떤 대선보다 복잡한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권에서 유력 후보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선거를 1년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도 30% 후반대의 득표율은 일단 확보하고 출발하는 보수세력의 후보가 아직도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권이 단일후보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크다.

추미애 대표가 29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유가족을 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사정은 더 복잡하다. 세 당으로 나누어져 있고, 연합이나 단일화의 명분도 과거보다 크게 약화되었다. 정권교체가 야권의 가장 중요한 정치목표임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연합과 단일화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의 상수로 거의 자리를 잡은 것은 이후 대선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줄까? 상수가 하나 만들어지면서 내년 정국의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상황은 그와 반대로 전개될 수 있다.

야권의 분열구도가 고착되면서 여권 내의 원심력이 커지고 있었는데, 이 추세가 더 강해질 것이다.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단순히 당내 분란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은 야권에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여권의 분열이 구조화되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다른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수 있다.

여권에서 역동적인 경쟁과정을 거쳐 등장한 후보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후보는 이미 오래 노출된 야권 후보들에 비해 신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권 지지층은 야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균열요인이 적기 때문에 유력 후보가 등장하면 선거 국면에서 결집력이 커진다.

현재 여권 내부 사정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상황의 주도권은 여전히 여권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야권이 샴페인을 일찍 터트려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한편,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정치적 에너지가 더민주 외부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데, 이 역시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문제는 더민주의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지적되었다. 그러나 더민주의 당원과 지지세력은 일단 당내 경쟁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선택을 했다.

이것이 정권교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내년 대선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러한 판단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2012년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대권후보를 일찍 확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더민주가 조기에 대선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내년 대선 승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당시 민주당이 대선 막판까지 단일화 논의에 시달리며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던 것은 민주당이 야권 지지층의 열망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민주당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이 등장했던 것이지, 안철수 현상이 등장해서 야권 분열이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2012년에 들어서는 시점에서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 승리에 대한 희망이 매우 컸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지금도 그 원인을 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더민주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1년 반 앞둔 현재 대권후보 지지율(리얼미터 조사)을 비교해 보면, 2011년 7월 셋째 주 박근혜 후보는 33.6%를 기록했으나 올해 7월 하순 문재인 전 대표는 20% 전후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더민주가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민주 내에서 일사불란한 대오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이번에 더민주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변수는 줄었지만, 여권 내는 물론, 야권에도 변수를 더 증가시킨 면도 있다. 변수는 불확실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이 변수들이 한국사회의 대전환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야권 내에서도 누가 야권 전체의 역동성을 주도할지를 둘러싼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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