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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창작을 배운다고요? 네, 배웁니다!’ 이것은 프랑스 언론 매체 ‘뤼마니테(L’Humanite)’의 기사 제목이다. 필자는 ‘세계의 문예창작 현황’이라는 주제 아래 지난 주말 개최된 학술세미나 발표를 준비하던 중, 2012년 이후 프랑스의 대학에서 문학창작 전공을 개설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취업률을 잣대로 2010년대를 기점으로 축소, 통합, 폐과의 수순을 밟고 있는 한국 문예창작학과의 흐름과는 대비되는 형국이어서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2013년 파리8대학에까지 개설되면서 문예창작 전공을 개설한 대학은 현재 4곳으로 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창작보다는 작품 분석과 토론에 치중해왔던 프랑스 대학 교육 전통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학창작을 배운다고요? 네, 배웁니다!’는 프랑스 대학에서 처음으로 문예창작 전공 졸업생이 배출된 시점에 맞춰 게재됐다(뤼마니테, 2014·6·25). 앞서 문학예술 전문 방송인 프랑스 퀼트르에서 문예창작 전공자들의 인터뷰를 연속 진행했다. 뤼마니테는 문학창작을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여겨온 회의적 관점에도 이 전공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미국 소설을 즐겨 읽는 프랑스의 젊은 독자들을 통해 이유를 제시했다. 그들이 존경하는 미국 소설가들이 대학 문학창작학과에서 다각도로 글쓰기를 연마한 것과 그들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가

현대문학사의 선구자들인 플로베르와 보들레르를 비롯해 20세기 문학사의 중심을 차지하는 프루스트, 사르트르, 카뮈 등은 프랑스 문학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10대 시절부터 문학 환경 속에 살면서 읽기와 쓰기, 발표를 지속해왔다. 반면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다민족 이주민 공동체인 미국의 경우, 대학에 문예창작 전공을 개설해 소설가를 배출해왔다. 레이먼드 카버, 줌파 라히리, 조너선 사프란 포어 등 미국을 넘어 세계 독자와 소통하는 소설가들이 수혜자들이다. 우리의 경우, 문예창작학과 역사가 60년(중앙대)이 넘고, 이문구, 오정희를 비롯해 편혜영, 이기호까지 많은 작가들이 문예창작 전공자들이다. 또한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조이스 캐럴 오츠, 피에르 바야르, 한강 같은 현역 소설가들이 대학에서 문예창작 강좌를 이끌고 있다.

한 편의 소설은 ‘모나리자’와 같은 예술작품이기도 하고, 스마트폰 같은 상품이기도 하다. 파급효과가 크고 빠른 대중문화가 한류라는 기관차의 선두를 이끌고 있다면, 문학은 느리지만 깊고 단단한 뿌리를 형성한다. 창작 환경의 지속적인 장려와 배려 없이 후세에게 전할 유산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 문학 중심국의 자부심을 내려놓고, 변화하는 21세기 환경에 발맞추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프랑스 대학의 문학창작 전공 개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함정임 | 소설가·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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