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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정직
정몽구의 준법
정운찬의 동반성장
안상수의 민주주의
이명박의 공정
...
그리고 최철원의 침묵에 부칩니다.

오늘 이건희, 정몽구, 정운찬, 안상수, 이명박, 최철원 따위 고유명사를 부르게 되는군요. 제 문학을 어렵게 지키며 살다 간 시인에겐 몹시 미안하지만... 그러나 기어이 이옥(李鈺, 1760~1813)의 연작시에서 하나 뽑습니다.


儂作社堂歌 내가 부른 사당가社堂歌
施主盡居士 시주는 모두 중놈들
唱到聲轉處 노랫가락이 절정에 이르자
那無我愛美 나무아미타불!”


이 시의 출처는 이옥의 연작시 <이언俚諺>(“거리의 노래” “길거리 이야기쯤으로 새기면 됩니다) 가운데서도, 창기들의 노래를 모은 탕조宕調입니다.

시는... 보시는 대로입니다. 더하고 뺄 것 없이 딱 이렇습니다.
1인칭대명사입니다. 사당은 온갖 연희를 하는 연예인 집단이지요. 연희뿐만 아니라 성매매도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나, 나아가 힘 있는 프로모터를 섭외하기 위해서나, 남사당이든 여사당이든 성매매를 활용하곤 했습니다.
문맥으로 보아 여사당인 가 사당의 노래를 부르며 연희를 시작하자 모여들어 돈을 내는 자란 온통 거사居士로군요. “거사는 원래 가정에서 계를 지키는 남성 불교도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스님의 신분이 천인에 묶여 있었으며 불교 교단 조직이 와해되어 있던 조선 후기에 스님과 거사를 구분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여기서는 그저 중놈이라고 새기면 앞뒤가 맞겠지요.
아무려나, 이 여사당의 노랫가락이 절정에 다다르자 시주施主”, 그러니까 돈이고 재물이고 털어내는 자들이란 죄다 중놈이군요. 그래도 중이라고 외느니 나무아미 어쩌고입니다만...
보세요, 잘 보면 보입니다만, 읊으면 나무아미인데, 글자는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나무아미가 아닙니다.

那無我愛美
.” 의문사 와 부정사 를 짚고 뜻을 새기니
어찌 내가 미인을 사랑하지 않으리!?”입니다.

이 풍자, 이 반전에 더 붙일 말은 없습니다. 다만 작가 소개를 생략할 수는 없군요.
이옥은 조선 후기를 화려하게 수놓은 문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얼마나 화려하게 수놓았는지, 국왕 정조가 몸소 나서 견책할 정도였습니다.
곧 정조가 일으킨 유명한 사상 검증 소동인 문체반정文體反正에 걸려든 것인데, 정조는 성균관 유생 가운데서는 특히 이옥을 지목해 기어이 반성의 증거를 받으려 했습니다.
정조는 일개 성균관 유생 이옥에게 사륙병문四六騈文 50수를 쓰게 하고, 그런 지 두 달 뒤에는 율시律詩 100수를 짓게 하는 등, 말하자면 반성문을 받아내겠다고 달려들었던 것입니다.
(사륙병문에 대해서는 http://theturnofthescrew.khan.kr/31 참조)
이옥도 임금에게 나긋나긋 꺾이지만은 않았으므로 끝내 양반이자 성균관 유생으로서의 공민권에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이옥은 과거 응시 제한, 군적 편입, 급제했다 해도 강등당하는 등의 풍파를 겪어야 했고, 결국 청운의 꿈을 접고는 낙향하고 맙니다.

, 그의 호는 문무자文無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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