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彼若亦有一部靈悟. 豈不自羞. 若無靈覺. 驕蔑何益. 吾輩臭皮帒中. 裹得幾箇字. 不過稍多於人耳. 彼蟬噪於樹. 蚓鳴於竅. 亦安知非誦詩讀書之聲耶.
_연암 박지원, <초책에게 보냄[여초책與楚幘]> 원문 전문

영대정잉묵을 빌려 블로그에 다섯 차례 글을 올렸다. 오늘 영대정잉묵“6”을 더하고 다른 꼭지로 넘어가려 한다.
그리 생각하니 이 한 편의 척독 <초책에게 보냄>은 깊이 읽고, 읽은 흔적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초책이 누군지는 모르겠다). 그 생각을 그대로 벋어, 짧으나 울림이 깊은 연암의 척독 한 편을 아주 천천히 한 줄 한 줄 읽어보도록 하겠다.


1. 足下無以靈覺機悟. 驕人而蔑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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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신령한 지각과 기민한 깨달음이 있다 하여 남에게 잘난 체하거나 다른 생물을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족하足下: 대등한 상대에 대한 경칭이다. “그대쯤 말맛이 마침맞다.
-: 여기서는 금지사로 쓰였다.
-: 이유, 근거를 표시하는 전치사다. “靈覺機悟에 걸린다.
-영각靈覺: 말 그대로 신령한 지각으로 새기면 되겠다. 또는 <영대정잉묵>에 적잖이 보이는 불교어의 자취를 염두에 두면, “사물의 변화를 포착하는 통찰력 이 있는 지각으로 말뜻을 넓혀도 될 듯하다.
-기오機悟: 말 그대로 기민한 깨달음으로 새기면 되겠다. “에는 재치의 뜻이 있다. 미루면, “기민機敏이란 정서나 감성의 순발력이 민첩하다는 말이다. “대오각성大悟覺醒의 예에서 보듯 깨달음의 진폭이 몹시 큰 것이다.

2.彼若亦有一部靈悟. 豈不自羞. 若無靈覺. 驕蔑何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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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에게 만약 조금이나마 신령한 깨달음이 있다면 어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만약 신령한 지각이 없다면 잘난 체하고 업신여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교멸하익驕蔑何益: 이 문장에서 는 반어문을 만든다. “유익함의 뜻이다. “와 만나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무슨 소용인가라는 의미를 만들고 있다.

3. 吾輩臭皮帒中. 裹得幾箇字. 不過稍多於人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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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냄새나는 가죽 부대 속에 몇 개의 글자를 지니고 있는 것이, 남들보다 조금 많은 데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 글자 자체는 물건을 챙겨서 싸는 행위를 말한다. “裹得이라고 했으니 앞의 皮帒中에 이어져 지니고 있다로 풀면 되겠다.
-: “~따름이다” “~뿐이다하는 한정 종결문을 만드는 한정 종결사다.

4. 彼蟬噪於樹. 蚓鳴於竅. 亦安知非誦詩讀書之聲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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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에서 매미가 시끄럽게 굴고 구멍에서 지렁이가 우는 것이 또한 시를 낭송하고 책을 읽는 소리가 아님을 어찌 알겠습니까?
-: 매미/: 지렁이_매미가 시끄럽게 구는 데[]에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지렁이가 운다[]는 것은 매미 울음의 시끄러움에 대해 사람이 듣지 못할 정도의, 운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울음을 대조한 억양의 수사다. 곧 누구에게나 들리는 소리에서부터 미세해 들지 못할 정도의 소리를 아우른 것이다.
-~: “은 반어문을 이끄는 반어사이며 는 의문을 표시하는 의문사다. “는 명사 또는 명사구를 부정하는 부정사인데, 여기서는 명사구 시를 낭송하고 책을 읽는 소리誦詩讀書之聲를 부정한다.
-또한 시를 낭송하고 책을 읽는 소리가 아님을 어찌 알겠습니까?: 어찌 알겠습니까?” 하고 반어했으니, 파고들면 어찌 장담/확신하겠습니까?” 하는 뜻으로 새기면 되겠다.


그대는 신령한 지각과 기민한 깨달음이 있다 하여 남에게 잘난 체하거나 다른 생물을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저들에게 만약 조금이나마 신령한 깨달음이 있다면 어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만약 신령한 지각이 없다면 잘난 체하고 업신여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냄새나는 가죽 부대 속에 몇 개의 글자를 지니고 있는 것이, 남들보다 조금 많은 데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저 매미가 나무에서 시끄럽게 굴고 지렁이가 구멍에서 우는 것이 또한 시를 낭송하고 책을 읽는 소리가 아님을 어찌 알겠습니까?

어구 풀이 말고, 더 부칠 말을 찾지 못하겠다. “냄새나는 가죽 부대라는 말은 참말 쓸쓸하다.
이런 것이다. 연암은 이런 글을 쓰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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