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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로그인]포스트 박한철

opinionX 2016. 11. 25. 10:09

2016헌나1.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어 소추의견서가 헌법재판소에 도착하면 이 사건번호를 붙이게 된다. 2016은 연도, 헌나는 사건부호(탄핵심판), 1은 접수번호다. 요즘 헌재 분위기는 바깥에서 상상하는 것과 다르다. 어느 재판관은 “당장 국회에서 소추가 되겠느냐”고 했고, 다른 재판관은 “순리대로 마무리되는 게 좋다”고 했다. 사건만 들어오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벼르는 상황도, 사건이 들어올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생각들이 다르다. 어느 재판관은 “노무현 대통령 때와 달리 사실 확정에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또 다른 재판관은 “검찰이 확보한 물증이 있다고 하니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출신은 보수적이어서 기각의견일 것이란 단정도 단순한 추리다. 오히려 이들은 수사에 대한 신뢰가 있어 인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재판관들 자신도 심판을 시작해봐야 결정할 수 있다.

탄핵심판 절차도 완전히 자리 잡은 게 아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기각이라는 결론만 발표하고 어느 재판관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찬반 재판관 숫자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평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고 다수의견도 소수의견도 밝히지 못한다고 다수의견 측이 정했다. 이에 김영일 재판관이 선고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무기명 선고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이제는 누가 탄핵 인용의견 또는 기각의견을 냈는지 밝혀야 한다.

이번에 있을지 모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당장 탄핵심판이 시작된 이후에 대통령의 사임이 가능한지 정해진 바가 없다. 국회법 134조 2항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없어 이 조항과 무관하게 사임이 가능하다는 해설이 있다. 반면 탄핵 결정에 의한 파면효과를 면탈하려는 것을 막는 조항이므로 임명권자 유무에 차이가 없다는 설명도 있다.

무엇보다 2017년 1월31일로 예정된 박한철 헌재소장의 퇴임이 간단치 않은 문제다. 여기에는 연원이 있다. 시간을 거슬러 2012년 12월로 가면, 이강국 헌재소장은 이듬해 1월21일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있었지만 새 헌재소장 임명권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헌재소장 후보 명단을 만들어 박 당선인에게 의견을 물었다는 게 정설이다. 명단은 목영준, 민형기,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었다.

박 당선인은 이동흡 카드를 골랐고 이 대통령이 2013년 1월3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2월13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박 대통령은 3월21일 현직이던 박한철 재판관을 소장 후보로 발표했다. 헌재소장도 헌법상 지위는 재판관이라 임기는 재판관 취임일인 2011년 2월1일부터 6년, 2017년 1월31일까지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두 번 임명하게 됐다. 헌재소장 임명장을 흔들며 재판관들을 줄 세운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서 무산됐다. 헌재소장은 재판관 9명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헌재소장 퇴임 이후 탄핵심판 차질을 우려한다면서도 후임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다음 정권을 잡아 직접 임명한다는 근거 없는 기대일 테다. 박 대통령의 취임 당시 계획과 다르지 않다. 그로기에 몰려 있는 박 대통령도 계산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얄팍한 계산들은 포기하는 게 맞다. 국회가 동의 가능한 헌재소장이 정도이고 순리이다. 그래야 탄핵심판도 정당성을 인정받고 이 비루한 위기에서도 속히 벗어난다.

이범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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