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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시중의 미소. 정치적 선택에 대한 언론의 추궁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답으로 보여주고 있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까지 정치를 해야 하나 모르겠다”는 그의 답 또한 그러하다. 이는 정치 참여에 대한 그의 부정적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자신까지 정치를 하도록 몰아가고 있는 한국 정치에 대한 비판과 한국 정치에 계속 문제가 많을 경우 싫어도 할 수 없이 출사표를 던지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지를 시사하고 있다.
정치적 언행에 관한 자료가 없는 안 원장에 대해 논평을 쓴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과제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현상’과 그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안철수 현상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한국 정치에 대한 절망과 공익에 대한 갈구이다. 진보, 보수 모두 이 같은 공공선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고, 안 원장은 이 같은 공익적 리더십의 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둘째, 김대중·노무현 정권, 나아가 이명박 정부 등 제도정치권이 모두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민생 해결에 실패함으로써 국민들이 제3의 대안을 찾는 것이다. 셋째, 공감의 정치, 따뜻한 정치에 대한 갈구이다. 특히 절망에 빠진 ‘88만원 청년세대’에게 이 같은 갈구는 강력한 것이고 안 원장은 이들의 아픔을 안아주고 위로해 줌으로써 공감능력을 보여줬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기자회견 I 출처 : 경향DB
그러나 그는 반정치주의라는 약점이 있다.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한국 정치, 나아가 한국 사회의 문제는 정치로 풀 수밖에 없음에도, 그는 지나치게 정치에 부정적이다. 그에 대한 지지가 한국 정치에 대한 절망과 반정치주의에 기초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그의 장점은 동시에 그의 약점이기도 한 셈이다. 둘째, 안 원장은 대중 정치인으로 검증을 받은 바 없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상으로 검증을 받지 않았고 정책적 콘텐츠도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공감의 정치를 넘어 청년실업에 대한 그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 그가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비밀과외를 받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낯가림과 외부의 시선 등으로 그가 자문을 받고 있는 자원의 층이 매우 좁고 제한적이어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들어야 한다.
안 원장은 세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정치를 외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처럼 특정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킹메이커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이 직접 출마하는 것이다. 그를 잘 알고 있는 윤여준 전 장관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안 원장은 이 중 어떤 것을 택할지를 “총선 결과를 보고 정치지형에 대해 판단한 뒤 결정할 것”이다. 사실 안 원장은 정치판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가능한 한 늦게 베팅을 하고 싶을 것이다. 나아가 출마를 하더라도 ‘박원순 공식’, 즉 기존 정치인들이 경선을 해 그 중 1등을 한 후보와 대권후보 결승전을 벌이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늦게 결정을 하고 싶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버스는 지나가 버릴 가능성이 크며, 경쟁방식도 정치권이 더 이상 박원순 공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딜레마이다.
어쨌든 안 원장은 정치가 자기 없이도 잘 돌아가고, 특히 민주통합당이 인기가 높고 총선에서 문 이사장이 부산에서 큰 성과를 내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면 첫 번째나 두 번째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계속 고조된다면. 특히 민주통합당이 공천작업 등에서 보여주듯이 계속 죽을 쒀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문 이사장의 인기도 동반하락해 박근혜 후보에 대한 강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을 경우 세 번째 선택을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안 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그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정치권과 한국 정치가 자기혁신을 통해 그의 인기 근원인 국민들의 반정치주의를 해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나까지 정치를 해야 하나 모르겠다?” 그야말로 절묘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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