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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문자문단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받아온 김우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 2명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냈다.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이하 수사단)은 ‘압력을 행사한 검찰 간부들을 기소하고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일선 수사팀이 현직 검찰총장을 사실상 외압의 장본인으로 지목한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그러나 자문단이 대검의 수사지휘가 적법했다고 하면서 문 총장은 치명상을 면하게 됐다. 수사단도 자문단 심의결과를 수용하고 권 의원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대검찰청 고위 간부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전문자문단 회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총장은 ‘판정승’을 거뒀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문단 결정의 취지는 김 부장의 수사 관여가 법적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휘권 행사에 도덕적 정당성까지 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 총장이 스스로 도입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제쳐놓고 전문자문단을 구성토록 한 점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수사심의위는 외부인사 250명으로 구성되며 회의 때마다 이들 중 무작위로 15명을 뽑아 진행한다. 지난달 수사심의위는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부당인사를 한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한 바 있다. 이번에 구성된 전문자문단은 총원이 7명에 불과하다. 구성 과정에서 대검과 수사단 사이 갈등이 빚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사심의위 거부에 대한 문 총장의 진솔한 설명이 필요하다.

일선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가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견해차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견이 외부로 노출되기 전 내부적으로 수평적 소통과 치열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검사의 이의제기권 보장이 절실한 이유다. 지금도 관련 지침이 시행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 인사에 민감하고 상명하복이 체질화된 조직의 특성을 감안해 검사의 이의제기를 의무에 가깝게 규정하고 불이익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독일은 연방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이 직무상 명령의 적법성에 의문이 생기면 지체없이 상급자에게 주장해야 하고, 명령이 지속되면 (명령을 수행하더라도) 자신은 책임에서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잘못을 바로잡는 기관이다. 다른 어떤 기관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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