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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사업에 대한 지도·감독 체계가 국토교통부(광역상수도)와 환경부(지방상수도)로 이원화됨에 따라… 이미 투자된 설치비용 4조398억원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감사원이 2014년 발표한 ‘지방상수도 건설사업 집행 실태’의 총론 일부이다. 상수도 시설의 중복·과잉 투자로 인해 전체 이용률은 60.9%로 저조하고 수도시설 노후화로 누수율은 10.4%로 높아 상수도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20년간 수량과 재해 관리는 국토부, 수질과 수생태는 환경부로 물 관련 업무가 이원화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정책학회는 물관리 일원화를 이룰 경우 ‘향후 30년 기준으로 약 15조7000억원의 경제적 기대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일례로 하천사업은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과 국토부의 지방하천정비사업으로 나뉘면서 설계비, 감리비, 공사비 등 약 23%의 중복이 있었다. 이대로 둘 경우 향후 30년 기준 약 3조7000억원의 재정 낭비가 발생한다. 상수도는 앞으로도 약 7375억원의 과잉 투자 우려가 있다. 국토부는 수자원계획과 하천 유량관리, 환경부는 오염총량제를 위해 별도의 조사 장비와 인력을 운영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예산 낭비도 연간 약 20억원, 향후 30년 기준 600억원이다. 물 관리 행정이 통합되지 못하면서 매년 5000억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줄줄 새는 셈이다.

폐단은 예산 낭비만이 아니다. 하나의 물을 관리하는데 국토부와 환경부의 목표가 다르다. 녹조라떼와 같은 최악의 수질오염이 발생해도 환경부는 댐과 보의 수문 개방을 통한 수질 관리를 할 수 없다. 댐 건설과 수문 개방은 국토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수량 확보와 재해 예방을 명분으로 과다하게 댐을 건설하고 하천을 직강화해도 환경부는 발언권이 없다. 환경부는 상수원 수질 보전을 위해 인접 강가를 수변구역으로 지정하지만, 국토부는 친수구역 개발 특별법으로 4대강 강가에 뉴타운형 신도시 개발, 대규모 관광단지와 향락단지를 허가한다. 심지어 친수구역 사업은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는 의도로 추진되었다. 국토부도 인정한 내용이다.

물관리 일원화는 물 이용과 재해 관리, 수질과 생태 보전 등 물 관련 주요 정책을 유역 중심으로 통합·관리하자는 제안이다. 20개 이상의 물 관련 법률과 50여개의 세부 계획을 환경부로 일원화해 중복 투자 등 예산 낭비와 업무 비효율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수질과 수량으로 나뉘어 있는 국내 물관리 정책은 한계점에 도달했고 그 증거가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수량 확보가 절대 명제인 개발시대는 지나갔다. 문재인 정부도 국정과제로 물관리 일원화와 유역관리위원회 설치, 4대강 재자연화를 제시했다.

‘5월 국회 여야 합의사항’으로 물관리 일원화 관련 3법을 5월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하천법은 국토부에 존치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얼핏 보면 이번 국회 합의가 물 관련 법률과 시행 계획을 통합하고 예산과 인력의 중복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다르다. 물관리 일원화라고 할 수 없는 졸속 합의다. 여전히 국가 예산은 중복·낭비되며, 4대강 사업의 주역인 수자원 마피아는 건재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책임 규명도 4대강 재자연화도 어렵거나 더딜 것이다. 물관리 일원화에 다시 합의해야 한다. 언제까지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 혈세를 잡아먹는 괴물이 될 것인가.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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