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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그제 금품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정모 부부장검사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징계 수위가 가벼운 면직 처분을 권고했다. 법무부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 검사의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 정 검사는 서울 강서구 ‘재력가 피살사건’ 당사자인 송모씨에게 1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감찰 대상에 올랐다. 돈 받은 증거가 명백한데도 면죄부라니 어이가 없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해도 너무한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검찰이 사정작업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증거는 차고 넘친다. 송씨가 평소 돈 준 내역을 깨알같이 기록한 ‘매일기록부’를 보면 정 검사는 10여차례에 걸쳐 1800만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돈 받은 명목도 ‘설날 세뱃돈’ ‘추석 용돈’ ‘유럽 (출장) 간다고’ ‘유럽 갔다 와서’로 돼 있다니 한심할 정도다. 검찰의 통화내역 추적 결과 두 사람은 1년 사이 17차례나 전화·문자를 주고받은 사이였다. 검찰은 “돈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빠져나갔다. 그나마 징계시효(5년)를 들어 금품 액수도 800만원으로 줄여줬다. 누가 봐도 명백한 직무유기다.
유대균 수사 당시 인천지검의 모습 (출처 : 경향DB)
이번 사건은 돈을 건넨 송씨가 숨지면서 애초 공소유지에 어려움이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인 ‘뇌물장부’를 확보한 이상 수사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검찰은 “돈 받은 사실이 없다”는 본인 진술에 의존한 채 그 흔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사건 당사자가 검사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수사했을까 싶다. 이 사건은 김진태 총장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대검이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애초 사법처리할 의사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이번 졸속 감찰을 단순히 수사 무능이라고 치부하기엔 검찰의 원죄가 너무 크다. 그간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성추행 검사’ 같은 검찰의 내부 비리가 끊이질 않았지만 비리 자체보다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국민 불신을 키운 주범이었다. 검찰은 지금 적폐 척결을 위한 관피아 수사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제 눈의 가시조차 뽑지 못하는 검찰이 누구한테 법 앞의 정의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검찰의 고질병을 고치려면 공직자들의 금품 수수행위를 엄벌하는 내용의 이른바 ‘김영란법’을 국회에서 원안대로 하루속히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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