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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기술한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고유영토인…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2005년 이후 10년째 똑같은 내용이다.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이 만든 독도 홍보자료에도, 지난 4월의 외교청서에도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되어 있다. 지난 1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중·고등학교의 교과서 지침에서도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에 근거하여 독도 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물론 일본의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기술하고 있다.

고유영토란 말은 ‘본래부터 우리 땅’이라는 뜻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독도는 본래부터 일본의 땅이었는가? 아니다. 그것은 일본의 이른바 양심적인 학자들도 인정하는 바다. 야마베 겐타로(山邊健太郞), 가지무라 히데키(梶村秀樹), 나이토 세이추(內藤正中) 등 이미 고인(故人)이 된 역사학자들뿐만 아니라 현역의 학자들까지 일본 정부의 고유영토 주장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발굴해 낸 역사 사료가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료가 1877년의 태정관 지령(太政官 指令)이다.

1868년 일본 메이지(明治) 정부가 출범하여 지적(地籍)을 편찬할 때 일본 정부 내에서 ‘독도를 일본의 영토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논의했다. 그 논의 결과, 태정관이라는 메이지 정부의 국가 최고행정기관에서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과 관계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 논거는 울릉도와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논쟁은 17세기 말 안용복 사건을 계기로 이미 결론이 났으며 19세기 중엽에도 일본인의 울릉도 도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의 독도 퍼모먼스 (출처 : 경향DB)


1877년 태정관 지령 이후 1905년 일본의 소위 독도 영토편입 조치 때까지 일본 정부가 편찬한 지도를 보면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의 최고행정기관(태정관)이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고 하는 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독도 고유영토 주장을 꿰맞추기 위해 태정관 지령의 존재를 애써 감추며 외면하고 있다. 지금껏 일본 정부가 제작한 그 어떤 홍보자료에도 태정관 지령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것은 태정관 지령이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유일한 근거는 1905년 소위 독도 영토편입 조치인 셈이다. 그런데 독도가 본래부터 일본의 땅이었다면, 독도를 다시 영토 편입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1905년 조치는 제국주의 일본이 한반도 침탈 전쟁인 러일전쟁이라는 강박적 상태에서 태정관 지령을 부정하며 은밀하게 취한 ‘종이상의 조치(paper act)’에 불과한 것이다.

일본 방위백서에도, 외교청서에도 또 교과서에도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내용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분명 우긴다고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잘못된 일본 정부의 집요한 주장이 일본 국민은 물론이고 우리까지 무감각하게 만들까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이른바 집단 최면이라고 할까? 이러한 때 독도에 대한 우리 각자의 작은 몸짓 하나가 집단 최면에 빠져들려는 우리를 일깨우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 유명 사진작가의 독도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제목이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를 비롯하여 그 주변 89개의 바위섬에 새겨진 독도의 지번이다. 독도의 바위 하나하나까지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길 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제목과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 독도의 모습을 보며, 독도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홍성근 |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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