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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일이 9월19일, 이제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북측의 참가는 불투명하다. 오늘까지 북측 선수단의 참가는 확정되지 않았다. ‘미녀응원단’의 참관도 오리무중이다. 북측이 7월17일 아시안게임 참가 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 결렬을 선언한 후, 남북 실무접촉이 재개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북측 선수단과 미녀응원단의 불참이 현실화할 경우, 아시안게임의 흥행은 그야말로 쪽박이다. 미녀응원단이 반드시 와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들어 여러 대형 사건 사고 발생으로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그다지 높지 않다. 아시안게임 수준의 국제대회에 관심을 집중할 국민적 눈높이도 아니다. 이미 세계 3대 국제경기인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다 치른 국민이어서 아시안게임 그 자체만으로는 눈길을 끌지 못한다. 아시아인들 역시 밋밋한 게임 그 자체를 보러 인천까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언론의 관심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미녀응원단의 모습 (출처 : 경향DB)


인천시와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뭔가 확실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관심, 세계 언론의 관심을 확 끌어낼 이벤트 말이다. 그것은 북측 선수단의 참가와 미녀응원단의 참관이다.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메인스타디움에 공동 입장하는 장면이 연출될 때, 세계인은 환호할 것이다. 과거 세 차례 북한 응원단의 남한 방문 기억을 떠올려보자. 응원단 여성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과 응원이 얼마나 많은 얘깃거리를 주고 남북관계 분위기를 바꿨는지 말이다. 일부에선 미녀응원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대북 경계심을 이완시킨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반공시대에나 나올 만한 사고다. 북한 응원단의 참관은 인천 아시안게임 흥행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강대강(强對江)의 대결구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북측 선수단과 미녀응원단은 반드시 와야 한다. 분단 69년을 맞이한 오늘의 남북관계는 불신과 상호간 샅바싸움 속에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 자신의 정치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남측 길들이기, 박근혜 대통령 길들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원칙 있는 대북정책 기조하에 북측 길들이기, 김 제1위원장 길들이기 이상의 대북정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 초 신년사에서 밝힌 김 제1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는 온데간데없다. 통일은 대박이라 하고 드레스덴 선언까지 한 박 대통령의 의지는 남북관계 현실에 비춰보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남북 최고지도자의 거창한 의지와는 달리 남북관계 성적표는 딱 한 번의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일 뿐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 관리 능력을, 김 제1위원장 역시 그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로, 윤활유로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을 활용하지 못하면 상당기간 대화는 어려워질 것이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참여가 남북한이 화합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다. 국제관례라는 형식에 집착하고 소소한 것에 매달려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반도가 아직도 냉전의 섬임을 국제사회에 선전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남북 최고지도자가 국내 정치적 이득만을 생각하는 속 좁은 이미지로 각인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정치적으로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를 범하는 상황 말이다.

최근 김 제1위원장이 아시안게임을 ‘남북관계 개선과 불신 해소의 중요한 계기’라고 언급하면서 참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의 8·15 경축사에 아시안게임 참가와 미녀응원단의 참관을 선언하는 내용이 꼭 들어가길 기대한다. 한반도 구성원들에게 이들의 방문이 화제 만발의 얘깃거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 광복절과 추석 선물은 북측 선수단의 참가와 미녀응원단의 참관이길 바란다.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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