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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가까이 끌어온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소송에서 법원이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어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175명이 현대차 등을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소송을 취하한 181명을 뺀 994명 전원에 대해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로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공정을 따지지 않고 2차 하청까지도 모두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노동계가 10년여 동안 제기해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법적 판단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2004년 노동부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데서 시작해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 최병승씨가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최종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그동안 불법파견과 관련한 여러 차례의 법적·행정적 판단이 “개인에 대한 것일 뿐” “일부 공정에만 적용될 뿐” 등의 이유로 사측에 의해 번번이 무시돼왔기 때문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불법파견 소송 가운데 단일 사건으로 최대 규모로 불리는 이번 소송의 판결로 더 이상 그런 논란이 발붙이기 어렵게 된 것이다.

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온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판결 내용은 한마디로 현대차의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구호가 정당함을 인정하고 있다. 기아차·한국지엠·쌍용차·삼성전자서비스 등 현재 하청 노동자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 업체는 물론 꼭 소송이 아니더라도 자동차·조선·철강 등 하청 노동자 비중이 높은 사업장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금속노조가 현대차 주요 임원과 정몽구 회장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고발한 사건을 4년째 결론내리지 않고 있는 검찰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동안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대응하면서 노사합의를 통해 특별채용하는 방식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왔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그와 별개로 지난 8월에 합의한 특별고용합의를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사내하도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더 이상 소모적인 소송전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무리일뿐더러 사회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음을 알 것이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해소하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계 또한 이번 판결이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을 남용해온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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