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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을 징계해달라고 지난달 대한변협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 대상엔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장 철거 과정에 경찰과 부딪쳐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4명도 포함돼 있다. 또 간첩사건과 세월호 집회 관련 피고인의 변론을 맡았다가 징계 대상에 오른 변호사도 있다. 검찰이 수사 과정의 피고인 변론을 문제 삼아 대규모 징계를 요청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변호사 징계 요구는 검찰의 권한이다. 변호사법을 보면 “검찰 업무 수행 중 변호사 징계 사유가 발견되면 징계 개시를 신청해야 한다”고 돼 있다. 검찰은 “일부 변호사들의 법 무시 행위와 수사 방해가 도를 넘었다”며 청구 사유를 밝혔다. 쌍용차 집회장 철거 때 공권력 집행을 막거나 피고인 변론 과정에 묵비권·거짓진술을 강요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징계 청구는 여러모로 미심쩍다. 지금까지는 부도덕한 개인 비리로 형이 확정되면 변협에 징계를 요청하는 게 통례였다. 특정 단체 소속 변호인 7명을 무더기로 징계 대상에 올렸다는 점도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

작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열린 노동자 촛불문화제에 권영국 변호사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7명의 징계대상 중 한명이다. (출처 : 경향DB)


변호인 조력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아무리 중범죄자라 하더라도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는 있다. 이를 의뢰인에게 알려주는 것은 변호인의 당연한 책무다. 이것을 수사 방해로 모는 것은 월권이다. 간첩사건 공문서 조작으로 망신을 당한 검찰이 사건 변론을 맡은 민변에 보복성 화풀이를 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농성장 철거를 방해했다며 변호사를 기소한 것도 모자라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징계 요구라니 가당치도 않다. 농성장 철거 방해를 둘러싼 공무집행 방해 혐의는 최근 법원에서 무죄가 난 터다. 이중처벌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망신이라도 주고 보자는 뜻인가.

검찰의 권한 남용이 도를 넘었다. 수사 잘못으로 무죄가 나면 툭하면 법원을 탓하더니 이제는 변호사까지 물고 늘어지는가. 남을 탓하기에 앞서 검찰의 실력 부족을 인정하는 게 순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무리수는 대부분 공안이 주역이었다. 이번 변호사 징계 청구도 공안의 작품이다. 간첩사건 증거 조작에다 최근 사이버 사찰 논란에 이르기까지 공안검찰의 치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정권 눈높이에만 관심이 있는 공안검찰이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 불신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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