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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징계 결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3일 징계가 청구된 고법 부장판사 4명, 지법 부장판사 7명, 평판사 2명 등 13명에 대해 3차 심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관징계위는 이달 중순 4차 심의기일을 열어 올해 안에 징계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과 법률로 신분을 보장받는 법관에 대한 징계절차가 신중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징계를 청구한 시점이 지난 6월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징계심의를 3차례나 진행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2월4일 (출처:경향신문DB)

법관징계위의 행태는 신중을 기하는 차원을 넘어 ‘고의 지연’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관 탄핵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법관징계법상 징계 결과는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 비공식 루트를 통해 알려져온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의 명단이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가 추진하는 탄핵소추 대상 법관들의 윤곽도 드러난다. 징계가 확정되면 법관 탄핵 논의에 속도가 붙을까 두려워 징계절차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징계의 실효성을 의문시하는 시각도 있다. 법관에 대한 징계 조치는 정직·감봉·견책뿐이고, 정직에 처한다 해도 기한은 최대 1년에 불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징계 시효가 3년으로 정해져 있어 2015년 6월 이전 의혹에 대해선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징계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사법농단은 전직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고 전직 대법관 2인이 구속 위기에 놓일 만큼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다. 그럼에도 이들의 손발 노릇을 한 법관들은 6개월째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다. 그사이 주권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사법적·사회적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는 진행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탄핵만 기다리며,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법관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법원은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해 엄정한 징계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징계로 어물쩍 넘어가거나 탄핵 대비용 ‘면죄부’를 줄 생각은 아예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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