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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감반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라는 요지의 지시를 했다. 이어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청와대의 대처가 대체로 잘 이뤄졌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귀국 후 고강도 청와대 쇄신책을 낼 것이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미흡한 조치다. 매우 실망스럽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체코와 뉴질랜드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네번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세번째) 등 마중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수사관들의 일탈 행동이며,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수석실의 대처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단은 시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사건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이 지인이 연루된 경찰 수사내용을 사적으로 캐물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어 골프접대, 셀프승진 시도 등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물며 제기되고, 청와대 자체 감찰과정에서 이들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는 ‘집단항명’ 사태를 일으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감반 전원 교체도 초유의 일이다. 한데도 청와대는 검경의 감찰결과를 지켜보자고만 할 뿐 쏟아지는 의혹에 함구로 일관해 왔다. 이렇게 파문이 커진 데는 청와대가 처음부터 진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시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시인도 사과도 설명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참으로 안이한 대응이다. 최근 청와대 직원들의 잇따른 기강 해이 사건도 이런 느슨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압승 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부정부패 청산에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국민의 바람과 중요한 과제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앞서 2월에는 ‘춘풍추상(春風秋霜·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을 언급하며 비서관실에 액자를 선물했다. 이 액자는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에 걸려있다. 문 대통령 말대로 현 정부는 출범 후 줄곧 과거 정권의 적폐·부정부패 청산에 주력해왔다. 그런 정부에서 공직자 기강을 감시하고 기강을 다잡는 당사자들이 되레 기강을 문란케 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잘못은 드러내고 일벌백계해야 되풀이되지 않는다. 지금 시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스스로에게 추상처럼 엄격한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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