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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사이에 ‘싱크홀’(Sink Hole)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싱크홀은 도로나 지반이 갑자기 내려앉아 생긴 구멍을 말한다. 그동안 해외 토픽에서나 봐왔던 현상이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리 집은 안전한 것이냐”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뒤늦게 사고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도 그만큼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그간 무분별한 개발 욕심만 앞섰을 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땅 밑 안전에 소홀했던 결과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싱크홀이 생기는 이유는 지하수 흐름과 대부분 연관돼 있다. 건물 터파기 공사 중 지하수가 빠져 나가 토사가 유실되거나 상·하수도관이 터져 지반이 내려앉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 들어 5건의 사고가 난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공사장 주변도 비슷한 경우다. 이 일대는 공사 이후 인근 석촌호수의 수위도 계속 낮아져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생긴 싱크홀은 더욱 미스터리다. 서울시가 160t의 흙을 메워 임시로 복구했지만 이틀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또 도로가 주저앉았다. 유독 이곳에서만 싱크홀이 빈발하는 게 아무래도 수상쩍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도로위에 싱크홀이 생겨 교통경찰들이 도로를 차단하고 서 있다. (출처 : 경향DB)


최근 3~4년간 국내에서 10여건의 싱크홀이 생겼지만 규모나 인명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안심할 계제는 아니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서는 도심에서 50㎡의 싱크홀이 건물을 집어 삼켰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도 폭 100m의 거대한 싱크홀 탓에 주택 20여가구가 주저앉았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 도심에서 이 같은 사고가 생긴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근래 무분별한 지하 개발이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지하철이나 대형 건물을 짓기 위해 지하 수십m를 파내려 간 뒤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데 지하수 흐름이 멀쩡할 리 있겠는가. 땅 밑을 개발할 생각만 했지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신경 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심각성을 알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잠실 제2롯데 개장도 좋지만 시민 안전이 우선이다. 차제에 전국 주요 도시의 지하 개발 실태와 지하수 흐름에 대한 실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 땅 속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알아야 대책도 세울 수 있을 것 아닌가. 또 대형 건축물 인허가 때는 지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토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안전을 도외시한 끝없는 개발 탐욕은 도시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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