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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오후인 8일 세계보건기구가 에볼라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2005년 국제 보건규약이 만들어진 후 세 번째이다. 지난 7월 폴리오 비상사태 선언도 있었다. 자주 비상사태를 발표하다 보니 양치기소년 생각이 난다. 정말 맞는 소리인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 발생하는 질병을 통제할 만한 보건의료체계가 빈약하다는 점, 둘째 이러한 유행을 관리해 본 경험이 적다는 점, 셋째 많은 사람들이 마주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는 점, 넷째 도시지역으로 전파되어 그 나라 수도에 생겼다는 점, 다섯째 의료인들이 감염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거릿 찬 사무총장은 국제적 공조와 원조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1975년 이래 20여 차례 유행했던 이 질병이 올해는 벌써 1700여명이 발병, 9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바이러스 독성 변화보다는 발생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오지가 아닌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의료인이 감염되고 이들을 통해 나이지리아, 미국 등으로 환자가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환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훈련된 의료 인력과 격리 치료 시설이 부족하여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40년 가까이 계속해서 환자가 있어 왔음에도 인프라가 부족하여 당장 손쓸 여력도 없는 반면 치료 및 백신개발 능력이 있는 일부 국가 국민은 혜택을 입고 있어 시설확충과 치료물자 확보를 위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각 국가는 세계보건기구와 공조하여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를 근거로 전 국가적 역량을 쏟아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대적으로 국민 홍보를 실시하여 루머를 차단하고 잘못된 식이 및 장례 관습을 고치고, 기초공중보건시설을 확충해 지속적인 환자 발생을 막자는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답변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출처 : 경향DB)


그러나 신종플루 때와 달리 3월부터 시작되어 이미 3개국에 유행했는데 이제야 공조를 위한 비상사태를 발표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그렇다면 환자가 발생한 나라와 달리 유입이 우려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첫째, 여행을 전면 통제할 필요는 없다. 국민 홍보는 유행지역에서 의료기관 방문자제, 야생동물 접촉자제, 오지 여행은 당분간 제한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둘째, 교민 환자 발생에 대비해 현지에 의료진을 보내 이송 대책을 서두르고 역학조사관을 파견하여 감염확산 방지 방안을 마련한다. 물론 개인보호보장구의 현지비축도 필요하다. 셋째, 입국검역은 현재의 발열감시와 위험지역 여행자 자진신고, 의심환자 추적조사로 충분하지만 현지 역학적 상황을 잘 파악하여 정교한 예방책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입국자 중 현증환자나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격리시설로 이송하여 치료 및 확진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 질환은 출혈열로 우리나라 의료시설과 능력으로 대증적 치료는 가능하지만 지역주민들이 환자 이송에 반대했던 사스나 조류 인플루엔자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넷째,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국가기관이 한 곳뿐이라 검체 이송과 확진에 공간적, 시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전점검이 시급하다. 또한 의료기관은 진단을 위한 혈액채취, 치료 시 위험 노출에 대한 의료인 교육과 점검이 필요하다. 다섯째, 그동안 고위험 병원체의 치료, 진단 및 백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없어 완치나 예방이 불가능한 점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사체를 검안하고 연구할 시설이 미처 마련되어 있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비상사태가 선포되지 않도록 사전에 원조나 인력지원으로 의료체계를 회복시켜 주지 못한 점, 인천공항의 검역을 총괄하는 소장이나 국가의 진단부서 센터장도 비어 있다고 하니 무언가 대책이 겉돌 가능성이 있어 안타깝다.


이종구 |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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