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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0일째인 지난달 14일부터 유가족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이미 심신이 피폐해진 유족들이 곡기조차 끊고 뙤약볕 아래서 농성을 벌이다가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29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왜곡하는 것처럼 세월호 ‘보상책’ 때문에 벌이는 농성이 아니다. 그리 예쁘고 소중한 아들딸, 사랑하는 가족이 ‘왜’ ‘어떻게’ 죽어갔는지 진실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해달라는 것이다. 김씨는 엊그제부터 “이건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되는 것”이라며 응급진료마저 거부하고 있다. 22일 동안 해온 단식을 중단했다가 여야의 ‘특별법 야합’에 분노해 다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물과 소금마저 끊는 극한 단식을 선언했다.

식 농성을 벌이는 유가족들로 하여금 응급진료와 물·소금마저 끊게 만든 잔인한 이들이 누구인가.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단식 농성 중인 유가족들에게 “제대로 단식했으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어… 벌써 실려갔어야 되는 거 아냐”라고 동료 의원들과 수군대는 것이 공개됐다. 안 의원은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돼. 병원에 실려가도록…적당히 해봐야”라며 마치 유족들이 적당히 단식쇼를 하는 것처럼 매도했다. 극한 상황의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찾을 수 없는, 무도하기 짝이 없는 망발이다. 유가족들이 “정말 단식으로 죽어나가길 바라는가”라고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광화문에서 외침'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문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막말이 단순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농성 유가족을 ‘노숙자’에 비유하고, 세월호 희생자를 닭에 빗대는 발언을 해서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쳤다. 당직자들은 지속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며 유가족들의 세월호특별법 요구를 호도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교만해진 것인가.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세월호 참사에 머리를 조아리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던 그들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세월호 진상과 책임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에 제구실을 했다면 유가족들이 농성을 벌일 필요도 없었을 터이다. 그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유가족의 피멍든 가슴을 마구 헤집고 아픔을 주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을 입에 올리기 전에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을 모독하고 절망으로 내모는 제 집의 막말과 망동부터 징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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