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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이 넘었으나, 핵심 의혹에 대해선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지만 수사 성적표는 초라하다 못해 참담할 지경이다.

버닝썬 사태는 당초 김상교씨(28)가 지난해 11월 이 클럽에서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클럽 관계자와 경찰에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촉발됐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지난 1월30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하고 15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사건은 각종 성범죄와 마약, 연예인과 경찰 고위직 간 유착, 탈세 등으로 번지며 게이트급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수많은 의혹 가운데 어느 정도 수사 성과를 거둔 부분은 전 빅뱅 멤버 승리 등 연예인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불법촬영물이나 음란물이 유포된 부분뿐이다. 가수 정준영씨가 구속되고, 승리와 전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씨도 수사를 받고 있다. 가수 로이킴과 에디킴도 음란물 유포 혐의로 입건됐다.

3월 2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여성연합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버닝썬 관련 공권력 유착 진상규명과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정작 여성들의 분노와 공포를 불러일으킨 클럽 내 ‘약물 성폭력’ 의혹 수사는 진전이 없다. 현재까지 버닝썬 등 클럽과 관련된 마약류 입건자는 53명에 이르지만, 약물 성폭력 가해자는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유착 의혹도 마찬가지다. 현직 경찰관 5명이 입건됐으나 대가성은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상태다. 연예인들의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된 윤모 총경이 입건된 혐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승리의 해외투자자 성접대 의혹 및 경찰과의 유착 정황 등이 담긴 자료를 대검찰청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경찰의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검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하고도 직접수사는 자제해왔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계속 변죽만 울린다면 검찰이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치부를 파헤치기 어렵다면 조기에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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