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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8일 이른바 ‘우병우 라인’ 등 정치 검사들을 솎아내 한직으로 좌천시켰다. 법무부와 대검 합동감찰단이 ‘돈봉투 만찬 사건’과 관련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면직을 청구한 지 하루 만이다. 인사 대상자에게는 청천벽력일지 모르지만 검찰이 바로 서기를 바라는 시민 입장에서는 당연지사다. 정치 검사 척결은 검찰을 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월 12일 새벽 최순실 국정농단 방조 혐의와 관련,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귀가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번에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들 면면을 보면 인과응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수사 지휘에서 완전히 배제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지난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파헤치는 특별수사팀을 맡았지만 우 전 수석 휴대폰 통화 내역조차 살펴보지 않았다. 윤 고검장은 오히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겨냥해 칼을 휘둘렀다. 역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전현준 대구지검장은 2009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재직 당시 광우병 논란을 보도한 문화방송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앞서 이 사건을 맡았던 임수빈 형사2부장은 제작진 처벌에 반대하다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사표를 제출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팀을 지휘한 유상범 창원지검장은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수사 실무 책임을 맡은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은 서울고검 검사로 각각 좌천됐다.

이들은 증거가 명백하고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데도 공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반대로 증거가 없고 법리상 범죄를 인정할 수 없는데도 무리하게 공소를 제기하는 등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했다. 독일 같은 나라는 이런 경우 ‘법 왜곡죄’로 형사처벌까지 한다. 이들 검사가 비리 정권에 부역한 대가로 요직을 차지하면서 검찰 조직은 부패한 폭압기구로 전락하고 정의감 넘치는 대다수 검사들의 명예까지 실추됐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으려면 검찰개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교수,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검사를 발탁한 것처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도 개혁적인 인사를 임명해 검찰 바로 세우기 작업을 이끌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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