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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았다. 한 달 성적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든 채 참모들과 산책하고, 제왕적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고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처럼 주요 공직에 파격·탕평·통합 인사를 펼쳐 보인 것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들을 뒤따라가는 모습은 달라진 세상에 걸맞은 소통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취임 초기 개혁 과제를 속도감있게 이행한 것도 평가받을 만하다. 문 대통령은 화력발전소 셧다운, 4대강 보 개방, 검찰 돈봉투 만찬 감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등 거침없는 개혁 조치를 이어갔다. ‘준비된 대통령’이 빈말만은 아닌 것 같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웃돌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은 이런 통합·소통·탈권위 행보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장 인사 문제가 갈 길 바쁜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장관 내정자 4명을 발표한 뒤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18개 부처 중 후보자가 내정된 곳은 6개에 불과하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해 내각 구성이 늦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문 대통령이 선거 당시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을 설정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모든 현안들을 업무지시를 통해 처리했다. 이도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 업무지시로만 국정을 끌고 갈 수는 없다. 일자리 추경, 정부조직개편은 물론 대부분의 개혁 공약은 국회 입법이 필요한 것들이다.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120석에 불과한 데다 국회선진화법이란 장벽까지 있어 협치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게 민심이고 여론이다. 열광적 지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착각해선 안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했다. 말뿐이 아니라 협치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의견이 엇갈리는 입법 현안은 야당과 마주 앉아 협의하고 타협하는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야당도 달라져야 한다. 야당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대변하고 건전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조건 정권의 발목을 잡거나 민주당의 야당 시절 행태에 앙갚음하는 것이라면 공감을 얻기 힘들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반대할 것은 반대하더라도 협조할 부분은 대승적 차원의 양보가 필요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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