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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결심 공판이 어제 열렸다. 검찰은 살인 혐의가 적용된 이 선장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고, 나머지 선원 14명에게는 무기징역~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304명이 희생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유족과 생존자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겼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1심 재판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되고 다음달 선고만 남겨두게 됐다.

검찰 수사와 1심 재판에서 드러난 선원들의 행태는 차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은 해경에 가장 먼저 구조될 때까지 퇴선 안내 방송 등 구조를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퇴선한 후에도 승객 구조 활동을 외면했다. 법정에서도 깊이 자성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는 대신 변명과 핑계,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 공분을 샀다. 특히 이 선장은 “나는 정식 선장이 아니라 교대 선장이다” “(참사 당시)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하는 등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 어처구니없는 증언이 나올 때마다 법정은 유가족들의 한숨과 탄식으로 가득찼다고 한다. 피고인들에게는 반드시 엄정한 단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세월호 선원들의 결심 공판이 열린 27일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광주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 안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다. 검찰은 이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_ 연합뉴스


그러나 선장과 선원들을 단죄하는 데서 멈춰선 안된다. 1심 재판 과정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극히 일부의 진실만 드러났을 뿐이다. ‘그날’ 이후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도 저물어가지만 온전한 진실은 여전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 앞서 검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았으나 변죽만 울리고 사건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감사원 역시 청와대 감싸기에만 골몰하는 양태를 보였다. 5급 공무원 2명을 청와대에 보내 행정관들을 조사했을 뿐, 내부 자료는 단 한 건도 열람하지 못했다.

이제 기대를 걸 곳은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할 국회뿐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진상조사위원장 선출방식을 느닷없이 쟁점화하면서 특별법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여권은 유가족의 독립적 수사·기소권 보장 요구를 거부하더니, 이제는 진상조사위원회 자체를 허수아비로 만들 참인가. 특별법마저 정략의 제물로 전락하고 만다면, 진상규명은 물 건너가고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보다 뒷걸음질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을 만드는 일은 유가족의 해원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다. 나흘 후면 세월호가 침몰한 지 20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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