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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장과 작전본부장과 같은 작전의 최고 지휘부에 꼭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무기체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군은 700종의 무기체계와 4000여개의 납품업체를 거느린 국내에서 가장 복잡한 생태계이다. 그런데 작전을 지휘하는 합참이 각 군의 전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떻게 합동작전의 판을 짤까? 이는 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조직이 바로 합참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무기체계를 사들이는 한국군은 참으로 지휘하기 쉽지 않은 조직이다.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합참의장과 작전본부는 연평도 상공에 있던 F-15K가 공대지 타격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지 못했고, 뒤늦게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전투기를 출격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육군 출신 합참 고위직이 공군의 무기체계 특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같은 군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 작전사령부는 천안함에 장착된 음향탐지장비(소나)가 북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으나 탐지할 수 없는 구형 소나라는 걸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 밝혀냈다. 이 때문에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면서 군은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육군의 경우 중대장, 대대장들은 유사시 자신의 부대 기동을 통제하느라 바빠서 상급부대의 화력지원과 편제장비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 타군의 지원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른다.

주요 방산 관련 문제점 (출처 : 경향DB)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비리를 척결하겠다”고 하자 국내 무기 제조업체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각종 군사기밀 유출과 입찰 서류 조작, 시험평가서 위조, 원가 부풀리기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이는 당연히 엄벌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이명박 정부 초기에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로 방산 비리는 항상 척결되어야 할 대표적 사회악이 된 지 오래다. 지난 7년간 방산업체에 대한 특별감사, 원가 검증, 심지어 방산업체 임원진에 대한 미행과 감시를 하는 ‘방파라치’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 여기에 검찰, 국정원, 기무사, 경찰까지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드러난 방산비리라는 것도 자세히 따져 보면 국내 방산업체와 관계없이 군 출신 무기중개상이 해외업체와 짜고 기밀을 유출하거나 가격을 부풀려 무기를 도입하는 비리가 더 많다. 국내 업체와 관련된 비리라도 방산업체가 아니라 일반업체의 짝퉁 부품이나 불량 물자조달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방산비리 척결이라고 하면 국내 방산 체계종합업체와 그 협력업체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항상 보아 온 무기도입 비리를 척결하는 것과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무기 획득 전반에 대한 개혁이 아니라 오직 방산비리 척결이라고 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해외 무기업체의 경우에는 국내 방산기업에 가혹하게 부과하는 지체상금도 부과할 수 없고 가격을 부풀려도 제재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외국 기업에는 특혜를 주고 국내업체만 더 두들겨 패겠다는 이야기도 이상하게 들린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군이 주체할 수도 없이 많은 무기를 “일단 사고 보자”며 무분별하게 사재기한 결과 이제는 지휘하기도 곤란한 군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이 없다는 점이다. 또 북한의 소소한 위협이 새로 발견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검증이고 뭐고 절차를 생략하고 새로운 무기도입 예산부터 책정하려는 무기소요 결정 과정이 문제다. 언제는 북한 무인기가 “심각한 위협은 아니다”라고 하다가 청와대가 위기감을 부풀리니까 국방부와 합참은 “심각한 위협”으로 말을 바꾸고 곧바로 무인기를 잡는 저고도 레이더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정치논리에 의해 추진되는 수십조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해외 무기도입이 어디 한 둘인가? 국내 개발무기가 불량이라고 하지만 개발기간도 짧고 무기성능에 대한 시험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야전에 배치하고 보자”는 식으로 졸속 정책을 추진한 정책당국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은가? 문제가 된 국산 불량 무기가 업체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로 개발된 무기니 당연히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말하는 방산비리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혹시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건 아닐까?


김종대 |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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