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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독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된 주요 이유로 감염병에 취약한 국내 의료기관을 들 수 있다. 가족 간병이나 잦은 병문안 등 한국 특유의 병실문화도 확산에 기여했지만,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병원의 감염관리의 부실함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에서는 국내 손꼽히는 대형병원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환자는 108명이고 이 가운데 9명이 사망했다. 병원별 메르스 감염 건수를 보면 삼성서울병원 47건, 평택성모병원 36건, 건양대병원 9건, 대청병원 8건, 한림대동탄성모병원 3건,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 각각 1건 등이다. 이들을 감염시킨 곳은 대부분 응급실과 다인실이다. 이곳은 감염병에 취약한 환자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공간임에도 다른 환자는 물론 보호자나 방문자 등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 있다.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응급실 문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지금까지 47명을 감염시킨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가벼운 감기 환자부터 만성질환자까지 무조건 대형병원부터 찾고 보는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할 수 있다. 항상 환자로 붐비는 응급실의 감염병 관리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는 병원도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다인실은 최초 감염자가 평택성모병원 2인실에서 부인과 옆 병상의 3번 환자 및 그 자녀 등 모두 36명을 감염시킨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번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였다. 이는 정부가 병원 내 감염병 관리 강화 조치 없이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다인실을 확대하는 정책을 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감염병 관리 ‘세계 최하위 수준’이 ‘의료 선진국’ 한국의 이면이라는 사실은 뼈아픈 일이다.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으로 인해 11일 서울시로 부터 봉쇄조치를 당한 서울시 양천구 메디힐병원 출입구에서 한 여성이 입원중인 가족에게 줄 약과 음식물을 병원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깨달아야 한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는 환자 100명 중 6명은 병원에 갔다가 병을 얻어 나온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만성질환자 중 병원 내 감염으로 숨지는 환자가 매년 1만5000명이라는 추산도 있다. 정부는 병상 수를 늘리는 것만큼 국내 병원의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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