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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 삼성서울병원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번주 중반 들면서 감염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병원을 통한 감염자는 어제 8명이 추가로 확인돼 총 55명으로 늘었다. 이것만으로도 요르단(19명 발생)을 제치고 세계 3위 발생국이 된다. 늦어도 이번주 초 고비를 넘겨 기세가 꺾일 것이라던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이제 누구도 삼성병원발 메르스 환자 발생 예측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감염 상황도 문제다. 임신부와,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은 외래 환자 가운데서 처음으로 감염자가 나왔다. 특히 외래 환자는 감염 경로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누구로부터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으니 불안감이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화장실 감염, 공기 전파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삼성서울병원 전체가 위험하다는 얘기가 된다. 일류 대형병원이 국민 불안의 진원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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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고 응급실 밖 감염자도 나온 삼성서울병원에서 11일 한 의료진이 온몸을 보호장구로 감싼 채 근무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사실 이런 결과는 예견됐다. 삼성병원의 관리망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 진작에 여러 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산과 부천, 원주 지역 거주자들이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됐으나 감염환자로 확인되기 전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14번 환자와 접촉 가능한 893명을 관리한다면서도 정작 자기 병원 의사가 노출된 사실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그 바람에 이들은 지역의 여러 병원과 각종 행사에 참석해 관리대상 규모를 확산시켰다. 지역사회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병원은 최초 환자 발생 후 모든 조치를 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응급실 소독과 신속한 환자 노출자 파악, 격리를 시행하고 병원장이 지휘하는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리망 밖 감염자가 급증하고 새로운 형태의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용납할 만한 수준의 실수가 아닌 데다 피해가 너무 크다. 운영의 자율권을 가진 대학병원이라 해도 메르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맞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삼성병원보다 감염환자가 훨씬 적게 발생했는데도 휴원하고, 에어컨 등 시설물 환경검사를 시행했다. 서울시는 메르스 감염환자가 입원했던 서울 메디힐병원을 영업중단 조치했다. 국가 재난 수준의 엄중한 메르스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자세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부는 일차적으로 삼성서울병원 본관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역학조사와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다음 조치는 그에 따른 변화를 보면서 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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