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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위장전입과 증여세 체납에 대해 “공직자로서 판단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17년 전 외국에서 공부하다 귀국한 딸의 이화여고 입학을 위한 것이라 했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더구나 위장전입한 주소지가 강 후보자 말고도 수차례 위장전입용으로 이용된 것까지 드러났지만, 강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부탁한 은사를 밝히지 않아 자세한 경위를 규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머지 의혹은 상당 부분 풀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 봉천동 연립주택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은 어머니가 강 후보자의 이름만 빌린 것이고, 박사학위 논문 표절도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땅값이 70배 올라 투기 의혹이 제기된 남편의 거제 부동산 매입 과정에도 불법은 드러나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의원과 강 후보자가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는 강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에서 낙마시킬 만한 결정적 하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강 후보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영어통역 업무로 공직을 시작해 외교부에서 경력을 쌓았고 유엔에서 다자 외교를 담당했다. 그를 처음 유엔직으로 기용한 것은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이며, 반기문 전 총장과 후임자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총장도 그를 고위직에 임명했다. 객관적으로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로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한 전문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피해자 중심의 해법이 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진 사안인 만큼 현실적인 해법을 찾겠다고 방향도 제시했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강 후보자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미·중·일 등 주변국과의 양자 협상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북핵이 유엔의 현안이 되어온 만큼 유엔에서 일해온 강 후보자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청문회 답변에서도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외교부를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하지만 외교부 장관의 역할 중 하나가 외교부의 개혁이다.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깨면서 새로운 외교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오히려 비고시 출신이자 70년 외교부 사상 첫 여성 수장인 강 후보자가 그 적임자일 수 있다.

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반드시 한 명 이상을 낙마시켜야 한다며 강 후보자를 노리고 있다. 야당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낙마시킬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만의 정치게임일 뿐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청문회를 공직자 검증이 아닌 권력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시민의 비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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