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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은 7일 ‘돈봉투 만찬’ 파문의 당사자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면직을 청구했다. 이 전 지검장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됐다. 나머지 참석자 8명에 대해서는 수동적으로 참석한 점을 고려해 모두 경고 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한다. 말이 면직이지, 이미 사표 낸 사람을 붙잡아 놓고 조사한 끝에 결국 조직을 떠나라고 한 것뿐이다. 2년 이후엔 정상적으로 변호사를 개업할 수 있다. 경고는 엄격하게 말해 징계도 아니다. 감찰반 22명을 동원해 20일 동안 조사한 결과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제 식구를 감싼 조사 내용이다. 검찰은 처음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밥 먹고 소통한 게 뭐가 문제냐”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격 지시에 따라 등 떠밀려 시작한 감찰이다. 이때도 “제대로 감찰이 되겠느냐”는 의문이 쏟아지면서 특검이나 특임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돈봉투 만찬’ 당사자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를 나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지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특별수사본부장이었다. 안 전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수백차례 통화하는 등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수사 종료 나흘 뒤에 만나 술을 마셨고 돈봉투까지 주고받았다. 봐주기 수사 의혹이 나온 건 당연하다. 보통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자신을 수사한 검사와 만나 그렇게 했더라도 소통이니 관행이니 하며 그냥 넘어갔겠는가. 게다가 격려금으로 주고받은 돈봉투의 출처가 공적으로 써야 할 특수활동비에서 나왔다니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검찰의 의식과 수준이 딱 이렇다. 

‘돈봉투 만찬’ 사건은 검찰권이 누구로부터도 견제받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감찰은 더더욱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고 구태의연한 조직문화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강도 높은 개혁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검찰은 스스로 그 기회를 발로 걷어차버렸다. 되레 시대착오적이고 오만방자한 모습이 여전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줬다. 검찰이 개혁 대상 1호라는 시민들의 분노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 내내 청와대의 우 전 수석과 검찰의 ‘우병우 라인’들이 진실을 뒤집고 왜곡해 국정농단에 부역했다고 여긴다. 이제는 더 두고 볼 수 없다. 가차없이 메스를 가해 썩은 살을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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