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부가 27일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강화한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찰이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또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달 결혼생활 내내 폭력을 행사했던 남성이 이혼 후 전처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사회문제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이 신속하게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하다.

정부 대책은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시키고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정폭력처벌법상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 유형에 기존의 폭력행위 제지 등 외에 ‘현행범 체포’가 추가된다. 또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위반했을 때 징역 또는 벌금형 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지금은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도 과태료 부과가 고작이어서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사용한 가정폭력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는 등 처벌도 강화된다. 가정폭력 사범의 구속률이 1%에도 못 미치는 등의 기존의 미온적인 수사 관행을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가정폭력상담소의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유예해주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 대상에서 폭력의 정도가 심하고 재범 우려가 높은 가정폭력 사범은 배제키로 했다. 이 제도는 여성계 등에서 가정폭력 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핵심이라며 폐지를 요구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경찰과 사법당국은 가정폭력을 ‘집안 일’로 치부하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신고도 제대로 못하고 공포에 떨며 살아야 했고, 폭력의 악순환은 계속됐다. 이번 대책은 가정폭력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돼 온 개선 요구들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문제는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적용되는가다. 가정폭력 자체가 미묘한 문제이다 보니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건을 그대로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가능성과 폭력의 수위 등을 면밀히 분석해 조치를 취할지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최선의 처리가 무엇인지 고심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대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