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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 국무조정실장(가운데)이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하연 경찰청 차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 노실장, 수화통역, 김희경 여가부 차관.

정부가 9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논의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을 내놨다. 성범죄물 제작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형량을 높이기로 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행위에 대한 형량도 상향 조정하고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해도 처벌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소지뿐 아니라 구매만 해도 처벌할 방침이다. 성범죄 수익은 기소 전에도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 영상물 삭제 절차를 단축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처벌은 무겁게 피해자 보호는 철저하게’라는 원칙에 맞춘 대책이 망라됐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확인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한 조치이다. 

시급한 것은 국회가 관련 법안들을 속히 통과시켜 이런 방안들이 실행되도록 하는 일이다. 여야는 4·15 총선 과정에서 이미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입법을 약속했다.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파렴치한 실태가 공개되고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앞다퉈 대책 마련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n번방 재발방지 3법’도 발의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과 조속히 만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즉각 협의에 나서야 한다. 총선 패배 후유증을 핑계로 시민 대리인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된다. 여야는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관련 법안 정비는 진작 했어야 한다. 제 할 일 하는 국회가 될 기회다.

막바지에 이른 20대 국회가 처리해야 할 안건은 디지털 성범죄 처벌 이외에도 산적해 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시급하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에 상관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통합당은 소득 하위 70% 지급 방안을 고집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국민들은 한시가 급한데 이러다가는 5월 내 지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36%로 역대 꼴찌이고, 계류 중인 법안은 1만5432건에 이른다. 이 법안들을 모두 처리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요청한 주요 민생 법안이나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은 통과시켜야 한다. 여야는 총선 다음날인 지난 16일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1주일 넘게 여야 협상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미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터이다. 총선은 끝났지만 20대 의원들의 임기는 다음달 29일까지 아직 30일 이상 남았다. 남은 기간이라도 제 밥값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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