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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보름 전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검찰이 금명간 박 대통령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순실씨 비위에 관한 언론의 잇단 보도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00만 촛불 민심이 검찰 수사를 견인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억지춘향 격으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규정한 게 단적인 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 규명보다는 박 대통령에게 가벼운 혐의를 적용해 하루빨리 사건을 털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검찰 주변 얘기를 종합하면 검찰은 청와대와 최씨가 재벌·대기업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774억원을 거둬들인 행위에 대부분 뇌물죄가 아닌 직권남용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직권남용죄는 재단 설립 과정에 재벌들의 부당한 청탁이 없었고 재벌들이 낸 돈에 대한 대가성도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뇌물죄보다 형량이 현저하게 낮을 뿐만 아니라 돈을 낸 재벌들은 피해자가 되므로 처벌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재벌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경제민주화 입법 중단, 비리 총수 사면, 관광진흥법 같은 민원 법안을 만들어줄 것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부영 같은 기업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15일 (출처: 경향신문DB)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기밀문건을 유출한 혐의도 공무상 비밀누설이 아닌 헌법 위반 사안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최씨 같은 비선 실세가 밀실에서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박 대통령이 이를 묵인했다면 이는 헌법 제1조1항에 명시된 ‘민주공화국’ 국가형태 조항과 제1조2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 원리에 위배된다.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는 헌법 제7조2항의 직업공무원제 위반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헌법수호 의무(헌법 제69조)도 방기했다.

지난 주말 밤 서울 한복판을 밝힌 100만 촛불은 국정농단으로 금 간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의 비리를 밝혀내 처벌하는 것 외에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망국적인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도 있어야 한다. 진정 이를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수사 대상이나 범위에 성역을 두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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