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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어제 두 나라 간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일본과 협상 재개를 발표한 지 18일 만에 초고속으로 논의를 마무리지은 것이다. 정부는 곧이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내 정식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이 협정은 한국의 북한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는 대신 일본의 첩보위성과 우주기술을 통해 수집한 첩보와 분석 정보를 좀 더 손쉽게 받자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정보협정을 서둘러 체결하는 것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국방부가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에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의 첩보위성 등을 이용한 북한 감시 정보가 북핵이나 미사일 능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결정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첨단 정보자산을 운용하는 미국조차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기여도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데 있어 정보 부족이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다. 더구나 국방부와 한민구 국방장관은 최근까지 “정보협정 체결은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야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여건이 성숙해야 추진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밀어붙이니 그 배경과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이 협정이 일본의 한반도 주변의 군사행동을 확대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군사적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유사시 한반도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기회까지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반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미·일과 중·러가 맞서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일본군의 활동 범위를 넓혀주면서 대결의 한 축인 한·미·일의 3각 미사일방어 체제에 편입되는 협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군사적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외교적 수단도 중요하다. 그 판단도 군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이미 정부는 갈등 현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정당성을 잃었다. 게다가 야 3당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책임을 물어 한 장관 해임결의안 발의를 공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가서명을 강행한 것은 촛불 민심을 무시한 처사이자 다수 시민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에서 문민통제에 대한 거부라고 볼 수밖에 없다. 즉각 협정 추진을 중단하고 시민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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