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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찰 간부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인,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구속) 등 3인 사이에서 수사정보 전달책 노릇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추 전 국장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불법사찰한 뒤 그 내용을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에게 몰래 보고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추 전 국장 수사를 본격화하자 검찰 간부 ㄱ씨가 검찰 선배인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을 대신해 추 전 국장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우 전 수석 등은 추 전 국장과 공범으로 지목된 처지에 추 전 국장과 직접 통화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증거인멸 시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ㄱ씨를 ‘연결고리’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지난 24일 재판받고 귀가하는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전격 압수한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라고 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에 대한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검찰 내부 조력자’의 등장이라니, 영화에서나 볼 법한 사건이다. ㄱ씨는 “친분이 있던 분들과 안부 차원의 통화를 했을 뿐”이라며 자신이 증거인멸 통로가 됐다는 관측은 부인했다. 설득력 없는 해명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일반 공직자들조차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수사 대상자와의 접촉을 삼가는 것이 상례다. 하물며 검사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검찰 간부가 온 나라의 주목을 받는 사건의 피의자·변호인과 몇 차례나 통화하고는 ‘안부 차원’이었다니 누가 믿겠는가. ㄱ씨는 구차한 변명을 그만두고 이제라도 진실을 털어놓는 것이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검찰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함은 물론이다.

의심은 이런 검사가 ㄱ씨 한 사람뿐일까 하는 데까지 가 닿는다. 검찰은 특권의식과 엘리트주의가 유난히 강하고, 다른 어떤 가치보다 조직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배타적인 조직이다. 제2, 제3의 ㄱ씨가 검찰 내부에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은 그래서 합리적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개혁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이나 수사권 조정 등의 제도적 혁신만으로 완수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익을 추구할 때조차 동료애라는 명분으로 한통속이 되곤 하는 ‘체질’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요원하다. 아직도 곳곳에서 숨 쉬는 정치검찰의 적폐를 도려내기 위한 인적쇄신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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