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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잘하는 사람은 어떤 조건에서도 제 할 바를 제대로 해낸다는 속담이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입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가 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기 탓은 하지 않고 도구나 환경만 탓하는 경우엔 뭐라고 할까요. 네, ‘서투른 숙수가 피나무 안반만 나무란다’고 합니다.

숙수(熟手)는 잔치 같은 큰일 때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 지금으로 치면 큰 음식점 요리사, 안반은 커다란 도마에 해당합니다. 요즘은 중국집에서 반죽 쳐대 면발 늘일 때 쓰지만 예전의 안반은 도마나 떡판으로 많이 쓰였지요. 안반은 느티나무로 만든 것을 최상으로 쳤지만 피나무 역시 나이테가 조밀하고 갈라지거나 터지는 일이 적어 안반 재목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썩 괜찮은 안반을 쓰면서도 안반이 별로라서 일이 더디다고 탓한다는 말입니다.

실력이 꾸준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기복이 심한 주방장은 괜히 짜증입니다. “칼이 왜 이 모양이야!” 조수는 생각하죠. ‘당신이 그 모양이야.’

같은 속담으로 ‘굿 못하는 무당 장구만 타박한다’도 있습니다. 자기가 박자 틀려놓고 왜 장구 치는 사람한테 뭐랄까요? 아마도 사람들 앞에서 ‘쪽팔려서’겠지요. 자기가 까맣게 잊어놓고 고객이 찾아오니 아랫사람에게 호통을 칩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왜 여태 안 해놨냐며 고객 앞에서 죄 없는 부하 직원을 나무랍니다. 나중에 미안하다고나 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사람이면 애초에 책임전가도 하지 않았겠죠.

‘쟁기질 못하는 놈이 소를 탓한다’ 하면 ‘일 못하는 소가 멍에만 탓한다’라는 속담이 따릅니다. 누군가를 탓하면 그 누군가는 다시 무언가를 탓할 것입니다.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요. 결국 돌고 돌아도 자기 탓은 아무도 없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반성, 그것은 ‘내 탓이오’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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